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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민들레, 태평양을 건너 꽃피우다

최중탁 기자 | 기사입력 2026/05/15 [17:17]

노란 민들레, 태평양을 건너 꽃피우다

최중탁 기자 | 입력 : 2026/05/15 [17:17]

 

 노란 민들레, 태평양을 건너 꽃피우다

사람들은 화려하게 가꾸어진 온실 속 장미에 환호하지만, 가장 강인한 생명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거친 길가에서 피어난다.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그녀의 삶은 꼭 대지를 보듬고 피어나는 들꽃, '민들레'를 닮았다.

 

그녀의 뿌리는 전쟁의 포화와 분단의 아픔을 겪은 실향민 부모의 거친 토양에서 시작되었다. 낯선 이국땅, 언어의 장벽과 이민자라는 소외의 자갈밭 속에서도 그녀는 낙담하지 않았다. 민들레가 시멘트 틈새에서도 기어이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듯, 그녀는 묵묵히 차가운 현실을 뚫고 올라왔다. 1992년 LA 폭동의 화염 속에서 한인사회의 눈물을 보았을 때, 그녀는 쓰러지는 대신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했기에.

 

민들레는 밟힐수록 더 질기게 살아남고,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을 견뎌내야만 봄에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다. 정치라는 거친 들판에서 그녀가 걸어온 길도 그랬다. 수많은 편견과 치열한 승부, 때로는 뼈아픈 낙선의 고배 속에서도 그녀는 흔들릴지언정 꺾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의 조세형평국에서 연방 의회 의사당까지, 그녀가 틔운 노란 꽃은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이민자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제 그녀는 또 다른 바람을 탈 준비를 하고 있다. 민들레가 봄바람을 맞아 자신의 하얀 홀씨들을 하늘 높이 날려 보내듯,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이자 부모의 숨결이 남아있는 한반도를 향해 그 단단한 씨앗을 띄운다. 주한 미국 대사라는 새로운 여정은, 바람에 실려 간 민들레 홀씨가 마침내 태평양을 건너 가장 친숙하고도 뜨거운 땅에 다시금 뿌리를 내리는 경이로운 과정과도 같다.

 

화려한 정원의 꽃은 꺾이면 그만이지만, 들판의 민들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밟힐수록 단단해지고, 바람이 불수록 더 멀리 퍼져나가는 들꽃처럼, 미셸 박 스틸의 여정은 앞으로도 수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끈질긴 희망의 홀씨로 피어날 것이며, 그녀는 성 김에 이어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로써의 임무에 우리 모두는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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