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아래 사진의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었다.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남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의 코페 장관이다. 장관이 연설을 하는 공간은 한 때 육지였다. 인구 1.2만명의 투발루는 하와이와 호주 사이의 남태평양 중간에 자리잡은 도서국가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물에 잠기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하고 있다.
COP26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중국, 미국, 인도와 같은 국가와 투발루와 같이 금세기 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는 작은 섬 나라의 대표가 나란히 앉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글로벌 공식 국제외교회의이다.
▲사진.투발루의 정치 지도자가 수중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COP26에서의 주요 쟁점 사항은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각 국가가 자국의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감축 목표에는 석탄발전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었다. 두 번째, 파리기후협약 6조의 해석 및 협력에 대한 구체화된 규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5년 12월 12일 파리협정 채택 후 9개 분야 17개 지침 가운데 현재 6조 이행을 위한 규칙만이 빈칸으로 남겨진 상황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해외 투자와 기술이전에 대해 국외 감축분을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국제 사회가 합의하는 것이 주요 과제다. 마지막으로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기후기금 1000억 달러 지원 방안이다.
약 200개의 참여 당사국들은 마감기한을 넘기면서 치열하게 논의를 이어갔고 '글래스고 기후 조약'(Glasgow Climate Pact)을 채택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는 살려놨고 처음으로 석탄발전을 언급하는 등 진전을 이룬 부분도 있었다.
한국시각으로 12일(금) 오후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 홈페이지에는 COP26 공식 선언문 초안이 올라와 있었다. 이 초안에는 “당사국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자국 기후대응 목표를 재검토하고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1, 2일 열린 COP26 정상회의동안 탄소배출 세계 1위 중국(27%)은 2060년, 3위(7%)인 인도는 2070년, 4위인 러시아(5%)는 206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총회가 큰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자 자구책으로 각 국이 강화된 기후대응 목표를 내년에 다시 제출하란 내용을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현재의 계획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만 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지금 계획으로는 부족하니 우리모두 ‘노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정도의 수준으로 보인다. 이미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191개 당사국 중 올해 7월까지 제출된 164개 당사국의 NDC 자료를 취합한 결과를 발표했었다. 결과를 보면 201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16.3% 늘어난다. 과학자들은 2010년 대비 2030년에 45%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실상은 정 반대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각국의 협상단들은 치열하게 문장하나하나를 검토했다. 최종안 합의 막판엔 미국의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EU, 중국, 인도 측과 함께 30분간 회의하며 석탄 관련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인도는 마지막 순간 '중단(phase-out)'을 '감축(pahse-down)'으로 수정하라고 요구해 이를 관철했다. 개발도상국들은 여전히 발전과 빈곤 근절 문제로 씨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14일(일) 오전, 초안에서 수정되어 확정된 ‘최종안’엔 ‘명문화된 조금의 진전’이 담겨있었다. 탄소저감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석탄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지원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COP26을 앞두고 의장국인 영국 정부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으로부터 ‘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함께 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용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이로인해 ‘석탄을 청정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성명서’에 서명하는 해프닝도 위의 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감축’하는 것에 ‘노력한다’는 큰 전제에만 동의할 뿐 탈석탄 시점을 약속한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전략적’으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외교적 ‘전략’에는 내부적으로 준비 할 시간을 벌기 위함도 있다. 그리고 이젠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은, 우리나라의 NDC를 상향하여 2018년 대비 40%이상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물론 기준은 총배출량에 목표는 순배출량으로 계산하는 통계적 꼼수를 부리긴 했지만, 외교적 전략이라 생각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내년도에 이보다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 기후 서밋’ 정례화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기성세대보다 미래세대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 MZ세대로 축약되는 미래세대는 ‘기후위기의 피해자’ 이자 ‘대응 당사자’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기후위기 해결에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대변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홍보관에서 진행된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푸른하늘과 2050 넷제로 캠페인’에서는 유세이버스 14기 친구들이 본인이 체감했던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구하는 영상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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