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칼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망한 약속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노무현정부의 부총리였던 김병준 교수를 위원장에 모셨다. 지난 대선에서 지역 간의 뚜렷한 표 가름 현상을 보고 당선인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들이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지역균형발전이란 이슈는 선거철만 되면 항상 나타나는 단골메뉴일 뿐, 그 실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고, 또 어떻게 해야 지역균형발전이 되는지 절실하게 고민해 본 사람도 없어 보인다. 박정희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중단되었던 신행정수도계획을 느닷없이 끄집어내어 2002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노무현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으로 수도이전에 제동이 걸리자, 행정수도로 이름을 바꿔 정부의 몇 개 부처만을 세종시로 이전시켰다. 그 후 박근혜대통령도 충청권 표를 의식하여 본격적인 행정수도건설을 추진하여 오늘의 세종시를 만들었다. 그 당시 노무현정부는 행정수도에서 그치지 않고, 지방도시의 균형발전을 위한 10개의 혁신도시를 건설하여 서울의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각 지방마다 문화, 교육 및 첨단산업과 기술혁신산업을 유치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지역균형발전은 바로 서울과 수도권 집중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과도한 인구집중으로 야기된 지난 60년 동안의 정부의 수도권정책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인구는 6.25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100만 명에 불과했던 것이 1964년 30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이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인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1000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서울은 인구만 불어난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산업, 문화, 교육, 의료, 복지, 금융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다른 도시들을 압도하는 기형적인 도시가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정부의 그 어떤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비대해져만 갔고, 상대적으로 지방 도시들은 인구가 줄어들고 교육과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지방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후 1000년 이상을 중앙집권체제가 유지되어 오고 있는 나라다. 서양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만 하드라도 봉건제도가 바탕이 된 역사를 가져왔기 때문에 지방도시가 발달되어 우리와 같은 수도권의 집중문제는 심하지 않다. 우리처럼 모든 권력이 중앙에 집중된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도시가 발달하기란 매우 어렵다. 옛 부터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이 생겨난 것만 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서울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이렇듯 모든 것이 서울로 향해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지방도시의 발전을 얘기해봤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민주화와 지방의 발전을 위한다는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도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재정자립을 하고 있는 도시가 서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초 봉사직이라고 했던 지방의회 의원들의 활동비와 그들이 사용하는 공간의 규모와 호화스러움은 지방정부의 재정사정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는 정치인들에게 지방도시는 그야말로 계륵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 지역발전의 역사는 박정희대통령 시절인 60년대 말부터 추진했던 여천, 창원, 포항, 반월 등 공업도시들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 울산과 거제, 구미 등 신흥공업도시들도 지방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바가 많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했던 행정수도와 혁신도시들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업무의 비효율성과 예산의 낭비 그리고 기업의 투자부진과 인력수급 문제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어, 당초에 의도했던 지역균형발전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지방도시를 순회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약들을 재확약하고 다니는 모양이다. 지방도시에 은행의 본사가 내려가고 국제공항이 들어선다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알 수가 없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세워진 지방의 대학과 공항과 첨단기업들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 알고나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지역균형발전은 서울에 있는 공기업을 옮기고, 고속철도를 연결시키며, 지방교부금을 많이 배정해준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은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며,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고장을 아끼고 사랑하는가에 달려있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선거용으로 장밋빛 청사진을 그려봤자, 그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지역발전은 사람들의 머리에서가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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