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감성의 시대이다. 느끼는 대로 솔직히 표현하는 시대, 해야 하기 때문에 행하는 윤리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자율과 자유에 따르는 윤리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는 연장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더 이상 공경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연소자를 사랑하는 마음, 사랑의 표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모니의 효는 일방향의 효가 아니라 양방향의 효이다. 어른들은 어린이·청소년·제자를 보호하고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린이·청소년·제자의 백지 같은 마음에 무엇을 그리게 하느냐가 이들의 앞날이 되고, 나라의 미래가 되며, 인류에게는 희망이 된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그 자녀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 하루에 몇 번이나 자녀를 가슴으로 안아주는가? 하루에 얼마나 자녀와 대화를 하는가? 자녀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자녀의 꿈이 무엇인지 아는가? 청소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아는가? 사회와 학교가 메마른 것은 가정이 메말랐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사랑을 받으면 그 사랑으로 세상을 넉넉히 이기며 살 수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좋은 부모는 자녀를 바른 교양과 훈계로 양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가 먼저 인성훈련을 통해 변화된 자아를 경험해야 한다. 자녀교육은 학문 전달만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전달이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바람직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세대갈등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연령층 집단 간의 인지, 사고, 이념, 가치관, 행동양식 등의 충돌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에 이어서 디지털 세대로 이어져 오면서 세대갈등이 점차로 심화되고 있다. 그러한 갈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분출된다. 컴퓨터를 통한 빠른 정보의 습득은 시대적 흐름을 급격히 변화시켜왔다. 모더니즘 시대에 정보는 고급정보일수록 그 분야의 전문가나 지식인에게만 허용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지식정보화시대의 인간관계가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전에 연장자, 기성세대, 지식인들이 독점하였던 지식과 정보가 연소자, 신세대, 비전문가들에 의해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연장자나 기성세대보다 SNS 등을 통한 정보력과 다양하고 풍성한 지식으로 기성세대와 갈등을 빚는다. 심지어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무시하는 경향까지 나타난다. 이처럼 지식정보화시대에서의 정보력은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간극을 더욱 크게 한다.
이 같은 세대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모든 세대가 인성(人性)의 가치를 알고 인성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중요시 되고 있는 감성교육과 전통적이고 보호해야할 가치인 보편적 윤리를 결합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다. 다음 세대는 부모의 신념과 정의를 이어가는 세대, 부모의 헌신과 충성을 이어가는 세대가 되어야 한다. 생명은 세대를 통해 이어진다. 어린이 청소년의 인성교육은 부모 세대가 책임져야할 최우선의 과제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사회구성원의 인성 수준과 결부되어 있다. 사회구성원의 인성 수준은 정체성, 사회성, 도덕성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평가된다. 정체성이란 자기이해, 자기존중, 자기조절과 연관된다. 사회성은 타인에 대한 배려, 봉사, 공감 및 존중에 대한 태도와 관계가 있다. 도덕성은 준법, 책임, 정직과 연관이 되어 있다. 정체성, 사회성, 도덕성의 기초를 이루는 것이 가정에서의 효행과 공경이다. 한 사회,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요인은 사회구성원의 인성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Cicero)는 “시민들의 인성 속에 국가의 행복이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 Toynbee)는 “21개의 뛰어난 문명 중에 19개는 밖으로부터의 정복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도덕적 쇠퇴로 인해 소멸했다.”고 지적했다. 인성의 성숙도가 낮은 사회는 국가청렴도, 자살률, 이혼증가율, 낙태율, 빈부의 격차 등이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올바른 인성은 개인적, 공동체적인 삶의 유지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도덕적 정신적 의식적 수준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다. 최근의 여러 가지 지표들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 아동 및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 및 행복지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정서능력과 사회작용 능력도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는 인성교육이 강조되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창의성 교육과 인성교육의 강화를 강조했다. 2011년에는 “모든 교육 활동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라는 항목을 신설했다. 또 인성 및 공공의식 함양을 위한 학교문화 선진화 방안, 폭력과 따돌림 없는 학교 만들기,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 계획 등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인성교육과 관련된 정책들이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주요한 이유는, 입시와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으로 인해, 인성교육을 전시적 차원에서만 강조하였을 뿐 실질적으로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성교육 시책이 단시간 내의 가시적 성과만을 추구했기 때문에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가 금새 식어버리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성교육 방안이 필요하다. 일시적이고 가시적인 인성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인 인성교육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2014년 5월26일 여야 의원 100여명이 뜻을 모아 ‘인성교육진흥법(안)’이 발의되었고 그해 12월 29일 본회에서 통과되었다. 인성교육진흥법을 마련한 이유는 인성교육에 대한 국가, 사회, 개인적 중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학교, 가정, 공동체의 인성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진흥법에 의하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인재는 자신에게 맞는 토양에서 자라나야 한다. 가장 세계적인 사람은 가장 한국적인 사람이다. 우리의 정신에 영양분이 되는 요소는 과거의 지적, 문화적 유산 및 전통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 인성교육은 효(孝)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한국적 인재는 ‘국민화합형 효자’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