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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 그리고 ‘돈 룩엎’과 ‘오징어게임’

최성남 | 기사입력 2022/01/21 [20:11]

대선 정국, 그리고 ‘돈 룩엎’과 ‘오징어게임’

최성남 | 입력 : 2022/01/21 [20:11]

양윤재 칼럼

대선 정국, 그리고 돈 룩엎오징어게임

 

최근 네플릭스에서 상영된 지구 종말론을 다룬 영화, ‘돈 룩엎이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다. 2005년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다룬 영화, ‘빅 쇼트와 대기업 CEO에서 미국의 부통령까지 오른 딕 체니 스토리를 그린 바이스를 연출한 아담 맥케이가 감독을 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조나 힐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미국의 정치와 현실사회를 풍자한 이 영화에 대해 언론과 비평계는 두 갈래로 갈라졌지만, 어쨌든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이 세간의 평이다.


이 영화는 천문학 박사과정 학생인 케이트(제니퍼 로렌스)가 발견한 초신성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한다는 SF영화이지만, 이를 대하는 정치권(대통령역 메릴 스트립)IT기업 그리고 언론계의 반응을 두고 서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류멸망이라는 위기에 대처하는 이기적 태도를 신랄하게 비꼬고 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미국 중간선거의 승리를 위한 정치가들의 위선, 돈독 오른 백만장자 IT기업 대표의 위기상황을 이용한 치부, 시청률에 혈안이 된 인기방송프로 진행자와 제작진들 모두가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자 권력층들이지만, 막상 지구가 폭발하는 종말상황에서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하는 비겁함을 내보인다. 그래도 그들 모두는 끝내 죽음을 맞게 된다는 한편의 블랙 코미디이다.


지구 종말론을 다룬 SF영화는 이보다 앞서 1998년에 만들어진 딥 임팩트아마겟돈이 있다. 이 영화는 밀레니엄시대를 앞두고 지구멸망의 위기를 다룬 두 편의 재난영화이다. ‘딥 임팩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하고 로버트 듀발이 주연하였고, ‘아마겟돈은 마이클 베이가 감독하고, 부루스 윌리스와 모건 프리먼이 출연한, 둘 다 초호화 캐스팅에 전형적인 재난영화로서 나름대로의 의미와 흥행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돈 룩엎은 재난영화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정치 불신과 황금만능주의 그리고 언론의 오만을 비판적 시각으로 조명하려 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 하겠다.


영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다름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팬데믹현상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위기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마치 지구 멸망을 앞 둔 돈 룩엎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사회는 지난 4년 반이라는 세월 동안 문재인정권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를 경험하느라 온 국민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을 받으며 살아 왔는지를 기성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부유한 기득권 세력들은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부유층들은 만약 일이 잘 못 되면 이민이라도 가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는 마치 멸망을 자초하는 돈 룩엎의 장면이 묘하게 겹쳐 보인다.


돈 룩엎과는 다르지만,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시청율 1위를 기록한 오징어게임은 인생의 막장까지 추락한 실패자들을 한군데 모아 죽음놀이(이를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흔히 이야기함)를 즐기는 부유층들과 돈만을 최종 목적으로 이 게임에 참가하는 온갖 군상들의 심리적 갈등과 인간의 내면적 모순을 실감나게 다룬 드라마다. ‘오징어게임이후, 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 드라마, ‘지옥에서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옥의 사자가 정해준 어느 날, 죽음으로 내몰리는 인간의 처절한 상황과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의 기만적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들 영화나 드라마가 가진 공통점은 우선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는 일들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이율배반적인 심리상태를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들이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든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 어렵고, 삶을 포기할 정도로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유토피아가 아닌 지옥과 현실사회의 멸망을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헬조선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우리나라의 청년세대들이나 삶을 포기한 채 거리에 내팽겨진 낙오자들, 그리고 사회적 갈등 속에서 신음하는 소외계층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판도라같은 과장되고 허구에 찬 영화 한편을 보고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나머지 나라의 에너지정책과 산업을 망가뜨리는 어리석은 대통령 보다는, 이런 영화를 보고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풀어주고, 국민과 함께 고통을 나눌 줄 아는 대통령이 선출되는 그런 나라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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