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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김의 '구월의 노래'를 들으며

한서하 기자 | 기사입력 2023/08/28 [10:29]

패티김의 '구월의 노래'를 들으며

한서하 기자 | 입력 : 2023/08/28 [10:29]

패티김의 '구월의 노래'를 들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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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종일 폭염은 구름을 만들고, 바람은 구름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하여 초저녁부터 밤이 지나도록 빗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햇빛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비. 여름이 8월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태풍은 남양(南洋)으로부터 곧 소식이 올라올 것이다. 요란이 만들어지고, 쿠로시오 해류가 올라오는 길목, 필리핀 인근의 바다가 뜨거워진다고 하였다.

곧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들판에 가득한 초록들도 쓰러질 것이다.

조용한 단 하루가 없었다. 그리하여 8월엔 태양만큼 뜨겁게 살아야 하고, 태풍만큼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였다.
꽃잎을 바라보는 우아한 삶으로, 독기를 버리고 깊이 가라앉은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몸부림치는 게 싫어서, 8월보다 내가 먼저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패티김의 '구월의 노래'를 듣는다. 꽃잎이 보이지 않는 정원에 진한 커피향이 흐른다. 갈색이 어울리는 패티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노래하는 세상에서 위안을 찾는다.
여치도 잠자리도 반딧불이랑 그 누구도, 다만 8월을 보내고 있을 뿐, 아무도 8월의 산과 강과 들판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사랑이 아름다운 사람들은 투쟁과 핏빛 선동을 주도하지 않았으며, 타인의  삶에 피곤을 주지 않았다.
다만 날을 세운 가시나무 위 꿈을 꾸는 새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이다.
태양도 다시 피어날 꽃잎을 위하여, 적의(敵意)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 찬바람 이는 날, 거리엔 이따금 고요를 말하며 귀뚜라미 울고 있을 것이다.
별이 그녀 곁에서 빛나고 있을 때, 말발자국 소리처럼 달려오는 패티의 사랑을 추억한다.

누구나 그러했듯이, 그대 없는 사랑은 없다. 사랑 없는 그대의 별도 있을 수 없다. 내가 있으매 그녀와 함께 계절이 오듯, 사랑도 오는 것이다.
태어났음으로, 당신도 함께 태어나 있으리라는 생각이 아름다웠다.
패티의 사랑에는 복선이 없다. 오직 단선(單線)만이 있었을 뿐이다. 패티에겐 곧바로 달려가는 직선이 있고, 직격하는 화법이 있다. 저 뜨거운 하늘을 향해, 나도 공격하는 사랑을 배우고 싶다.

가을엔 가장 먼저 패티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노래를 들으면서, 늦은 가을 나목(裸木) 같은 허허로운 사랑을 보아야 한다.
나뭇잎 모두 떨군 패티의 목소리는 그대로 진정(眞情)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후회없는 사랑, 헐벗은 나목(裸木)일 것이다.
옛날에도 지금에도 그녀는 사랑의 몸에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았다. 사랑 앞에서 가식(假飾)을 걸치지 않은 그녀에게서, 나는 거짓을 본 적이 없다.
노란 국화와 코스모스, 억새 하얗게 흔들리는 언덕과 해변을 덮고 있는 갈대숲, 애기단풍잎 곁에서 함께 떠오르는 별빛과
빗소리, 옅어지는 커피향을 따라가는 뜨거운 8월의 영혼들에게 바람의 노래를 들려주노니.

별이 되어 기억하는 한, 다시 또 태어나 이 자리에 있는다 하여도. 가을이 오면, 나는 그리운 당신에게 패티의 '구월의 노래'를 들려주리라.

2023. 8. 28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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