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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산책] 굿 라이프

한서하 기자 | 기사입력 2023/04/27 [14:55]

[장서산책] 굿 라이프

한서하 기자 | 입력 : 2023/04/27 [14:55]

- 우리가 꿈꾸는 좋은 인생은 과연 무엇인가?
-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저서 <굿 라이프>에서 철학자인 저자 마크 롤랜즈는 ‘생명과 탄생, 종교와 신, 윤리와 거짓말, 부와 가난, 쾌락, 사랑, 죽음’ 등 가장 논쟁적인 20가지 딜레마에 대한 사유와 해답을 펼쳐낸다.

 

니체 생전에 출간된 적 없던 메모 중에 "삶을 예술과 같이 살아라"라는 말이 있다. "위대한 예술이란 허용이 아닌 절제이며, 체념이 아닌 균형이다. 아름다운 삶은 움직이고 영감을 주고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긴장, 갈등, 위기, 용기가 있고 해결책도 있다. 인생에는 승리와 패배, 성취와 고난이 공존한다. 최선의 삶은 잊을 수 없는 삶이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목차는 '1. 글 : 존재에 대해 2. 실레노스 :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3. 동물 : 계산, 동정심, 낙태 4. 거짓말 : 왜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5. 신 : 없으면 안 되는가? 6. 대칭 : 올가와의 만남 7. 인격체 : 낙태의 윤리성 8. 선 : 올가_ 인격체에 대한 생각 9. 서브퍼스크 : 생각과 표현의 자유 10. 로토파고스족 : 마약과 쾌락주의  11. 부자 : 부의 분배 12. 빈자 : 올가_ 부자에 대한 생각 13. 규칙 : 공감, 동정심, 실용적 지혜 14. 사고 : 동물, 환경, 공감의 진화 15. 사랑 : 동정심의 윤리학 16. 금지 약물 : 효과 증대 17. 갈림길 : 죽음 18. 올가 : 올가_ 안락사에 대한 생각 19. 고백 : 자살 20. 무한 : 구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과 책의 333~335쪽 내용을 소개한다.

 

<출판사 서평>

 

그대, 깨어나 생각하며 살고 있는가?


마크 롤랜즈는 이 책의 서두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장을 빌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은 물론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 대한 책임, 그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질 수 있는 것일까? 이를 위해 저자는 미시킨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일생의 흐름에 따라 주요 사건들을 추적해간다. 불완전한 기억의 파편이 모인 기록 속에는 진실과 오해, 현실과 상상, 확신과 의심이 뒤섞이면서 수많은 생각과 의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문 사유의 과정은 누군가의 머릿속을 고스란히 활자로 옮겨놓은 듯 길고 복잡하다. 살아 있는 철학자의 머릿속, 흡사 마크 롤랜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술 방식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인생의 목적이 함축해 드러난다. “내 삶에 목적이 있었다면 그것은 ‘사유’다. 증거를 수집하고 거기에 근거해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규명하고, 판단과 직관, 의견과 관점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사유는 철학의 본질이며 그 중요성은 철학이 제일 강조해온 가치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철학의 힘이 약해진 시대에 마크 롤랜즈가 ‘생각하며 사는 삶’을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역시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실제 경험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오로지 끈질긴 열정으로 무모할 만큼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생각의 끝이 어디인지 한번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삶을 예술과 같이 살라

마크 롤랜즈는 ‘생명과 탄생, 종교와 신, 윤리와 거짓말, 부와 가난, 쾌락, 사랑, 죽음’ 등 인간의 삶에서 가장 논쟁적인 20가지 딜레마를 선정해 ‘생각의 화두’로 삼는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테지만 코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가 아니기에 끝까지 파고들지 못했거나, 논란의 여지가 큰 사회적 문제여서 좀처럼 건드리지 못하는 주제들이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픽션을 도구이자 방패로 삼았다. 이렇게 픽션과 철학이 결합된 ‘철학 소설’ 형식을 취함으로써 기존의 사상이나 논리, 상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가 말한 것처럼 “아카데믹한 갑옷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셈이다.
아무런 제약과 염려 없이 생각에 몰두하기로 마음먹어서일까? 마크 롤랜즈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인생을 살아가며 내려야 할 수많은 결정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길고 긴 사유의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 옳고 그른지,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다. 예컨대 ‘쾌락’에 대한 사유를 살펴보면 높든 낮든 쾌락은 모두 같다고 주장한 벤담이 옳은지, “배부른 돼지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주장한 밀이 옳은지 정답을 가르지 않는다. 그 대신 저자는 인간이 고통이나 쾌락밖에 알지 못한다면 “삶의 비참한 낭비”일 것이라 말한다. 진정 삶을 이해하려면 “삶에서 꿈꿔보지 못했던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삶을 예술과 같이 살라”고 니체가 말했듯 승리와 패배, 성취와 고난이 공존하는 인생에서 위대한 예술처럼 영감을 주며 역동적인 삶을 꿈꾸길 소망한다.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

또한 마크 롤랜즈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는 왜 태어났으며, 삶의 끝이 어디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질문을 던진다. 마크 롤랜즈는 인생의 처음과 끝에 관한 사유로 이 책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소설 속에서 미시킨은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잉태되었는가?”
탄생 전의 잉태를 결정하는 기준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저자의 관점은 뜻밖에도 다소 회의적이다. 한 생명이 잉태는 부모가 원하거나 태어날 아이의 행복을 위해, 인류를 위한 일이거나 생식과 환경에 대한 본능적인 반응 등의 이유 때문이다. 다만 저자는 잠재적 행복보다 잠재적 고통이 더 분명하다는 논리를 펼치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 실레노스의 말을 강조한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역시 “모든 삶에서 고통이 행복보다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면서, 미시킨은 자신의 잉태가 “지독한 실수”였다고 결론 내린다.
자신이 잉태된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라면 삶은 마지막까지 회의적인가? 그러나 ‘바깥세상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맛보는 첫 식사의 기쁨’은 모든 불안과 고통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이는 훗날 미시킨이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순간 동일하게 느끼는 강렬한 감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정은 ‘사랑’으로 확장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자식을 향한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변하지 않으며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싸우더라도 지키고 싶은 감정이라는 것이다.
미시킨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얼굴을 가진 ‘올가’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이루고, 파생상품 트레이더로서 흑마술과 같은 자본의 실체를 깨닫고, 올가와 함께 떠난 인도 여행에서 해시시를 판매하는 경찰서장을 만나는 등, 그의 인생은 니콜라이가 알지 못한 수많은 사건들로 가득했다. 기록되지 않았더라면 사라져버렸을 아버지의 삶은 아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엉망진창이었지만, 아들이 알지 못한 수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무엇보다 미시킨과 올가가 선택한 죽음의 방식은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가 하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올가는 말기 암 투병 과정에서 소극적 안락사인 ‘심폐소생술 금지’를 결심하고, 아내의 죽음 후 미시킨은 치매가 점점 심해지자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내 육체는 존재해도 숨만 쉬는 유기체로서의 삶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라는 것이 그 이유다. 실제로 안락사는 일부 국가에서만 합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민감한 문제다. 그러나 2016년 초 우리나라에서도 ‘웰다잉법’이 통과된 후 ‘품위 있는 죽음’,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로 끝난다. 마크 롤랜즈는 “죽음의 방식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며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끝내도록 허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마크 롤랜즈는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첨예한 경제, 사회, 종교 등의 문제에 관해서도 다양한 철학적 입장과 찬반 논란을 상세히 언급하며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신과 종교에 대해서는 “각자의 신을 믿는 것은 자유다. 그렇다고 해서 윤리학의 의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광적인 믿음과 종교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을 경계하고, 마약 등의 금지 약물에 대해서는 불법화와 합법화, 비범죄화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하면서 “개인의 행복만큼 자율도 중요하다”라는 진보적인 입장을 밝힌다.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서 비롯된 부의 격차와 해소에 대해서도 “계산이 없는 동정심은 맹목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동정심이 없는 계산은 공허하다”라면서 오랜 고민 끝에 깨달은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전한다.

내 삶이 나를 증명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바쁜 우리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각자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마크 롤랜즈는 ‘생각하는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그 초점을 ‘인생’으로 넓힐 것을 권한다. 인생이야말로 유한한 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무한한 가치를 남길 수 있는 빈 원고지이며, 그것을 채우는 것이 인생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이든 어디든 우리 삶이 기록되는 순간 무한의 가치를 얻는다고 말한다. “글은 우리 모두가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도 여기 있어!’라고 외치는 존재의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굿 라이프>는 하나의 주제에 몰입해 끝까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고민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중요한 고민을 미루는 사람들에게 왜 생각해야 하는지, 왜 생각을 기록하고 써야 하는지 그 의미를 일깨운다. “최선의 삶은 잊을 수 없는 삶이다. 추한 삶은 서투르고 영감을 주지 않으며 쉽게 잊히는 삶이다.” 따라서 그 반대의 삶, 생각하며 살지 않는 인생은 무의미하며,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책임은 내 삶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영감을 주었는지에 달렸다.
이 책의 제목 <굿 라이프>처럼 마지막에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마크 롤랜즈는 위대한 업적이나 남다른 성공을 좋은 인생의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 단지 그것만을 강조한다. 서평가 이현우의 말처럼 “생각하며 사는 삶의 탁월한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베토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생각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중얼거림은 그 자체로는 유치해 조롱받고 무시당하기 쉽지만, 마치 음표를 엮어 작곡을 하듯 삶 속에 엮으면 가끔, 아주 가끔은 훌륭한 작품이 된다.”
인생이라는 드넓은 시간의 대지에서 사유하는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논한 <굿 라이프>는 요즘 시대에 가장 철학적인 인문서다. 또한 “철학은 문학에 가장 가까울수록 진정한 설득력을 가진다”라는 마크 롤랜즈의 실험적인 도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무도 선뜻 답해주지 않는 인생의 수많은 질문들의 답을 찾고 싶은 사람들, 철학자들의 생각이 녹여진 사유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지적 깨달음과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이제는 꿈같은 자아가 젊은 날의 빛나는 훈장처럼 느껴진다. 내 속에서 자라는 것은 아직 모호하긴 해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므로 나는 기묘한 농담의 희생자다. 거울 속에 보이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얼굴 뒤에 있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억이 문제다. 80년 이상에 걸쳐 축적되었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이 희미해지는 기억은 모두 시공을 지나는 하나의 경로에 속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아닌 내 삶에 속해야 한다. -333~334쪽

그렇다면 당신이 되어버린 이 꿈에서 존재의 깊은 진실은 그 자신을 드러낸다. 당신은 결코 없었다. 있었던 것은 오직 땅뿐이다. 그리고 그 땅은 당신보다 더 비옥하고 다채롭고 아름다우며 혼란스럽고 경이롭다. -335쪽

 

한서하 기자 silvertimes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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