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네스호 근처에 사는 71세 조 카메론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2개나 가지고 있다. 카메론은 이 유전적 변이 덕에 통증이나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처 회복 능력도 남들보다 뛰어나다.
지난 2013년 당시 65세였던 카메론은 손 치료를 받기 전까지 자신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어 남들보다 통증 역치가 훨씬 높다는 걸 알지 못했다.
카메론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관절염으로 손에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면서 “그때 마취과 의사가 매우 고통스러운 수술이 될 것이며 수술 이후에도 아마 큰 통증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며 말했다.
수술 후 의사는 "어떻게 진통제를 전혀 복용하지 않고 고통을 견딜 수 있냐며 매우 이례적이라고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마취 담당의였던 데빗 스리바스타바 박사는 카메론이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옥스퍼드 대학의 통증 유전학 전문가들에게 연락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카메론의 조직과 혈액 샘플을 수집해 DNA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6년간의 연구 끝에 이들은 ‘FAAH-OUT’라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카메론이 통증, 스트레스,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전까지만 해도 알려진 바 없는 유전적 변이였다.
FAAH-OUT이 포함된 유전체는 오랫동안 ‘정크 DNA’로 취급됐다.
‘정크 DNA’란 말 그대로 ‘쓸모없는 DNA’라는 뜻으로 별다른 기능이 없는 DNA를 가리킨다. 그러나 현재 과학자들은 이러한 DNA가 불임, 노화, 질병 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카메론의 DNA 연구를 통해 전문가들은 어떤 유전자가 무딘 통증과 연관 있는지, 어떤 유전자가 불안 및 우울감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어떤 유전자가 질병으로부터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카메론이 ‘FAAH-OUT’이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
카메론은 고통, 기분, 기억과 관련된 FAAH 유전자의 발현을 거부하고 FAAH 유전자에서 생성되는 효소를 억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카메론은 FAAH 유전자 자체에도 돌연변이가 있어 남들보다 효소가 덜 활성화된다. 단백질 생성에 있어 생물학적 촉매제 역할을 하는 효소는 보통 ‘행복 분자’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진 신경전달물질 ‘아난다미드(anandamide)’를 분해한다.
그런데 카메론의 경우 돌연변이로 인해 아난다미드도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
또한 전문가들은 카메론이 지닌 돌연변이 2개가 무딘 통각을 넘어 상처 회복과도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이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부교수인 안드레이 오코로코브 박사는 “이 두 돌연변이는 어떻게든 연관돼 있다. 카메론의 세포 회복력은 약 20~30% 더 빠르다. 정말 놀랍다”면서 “상처의 빠른 회복이 지닌 잠재력을 상상해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돌연변이는 FAAH-OUT 유전자의 일부를 삭제하고 활동을 차단한다. 카메론은 FAAH 유전자에서도 또 다른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지금껏 이 두 돌연변이를 모두 보유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언급했다.
연구원들은 "카메론이 60대까지 자신의 상태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동일한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녀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진통제가 거의 필요하지 않았고, 그녀의 아들은 그녀와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통증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녀는 어떤 약도 먹지 않고 관절염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의학적 도움 없이 건강하고 활동적이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학술지 ‘브레인(Brain)’에 게재됐다.
한서하 기자 silvertimes24@naver.com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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