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사랑한 사람은 없다
정재학(시인.칼럼니스트)
국힘당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한 첫인상은 무심(無心)이었다. 그저 무덤덤한, 자극없는 맹물 같은 이미지였을 뿐이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적인 무난함, 쉽게 말하면 대하기에 곤란한 점이 없는, 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소탈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사람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인력도 없고, 남을 강제하는 지배력도 없었다. 특히 천하를 질타하는 웅변도 없는 분이다. 그저 무심코 지나쳐도 괜찮을, 흔히 지나가는 행인(行人)처럼 느껴지는 분이다.
대인(大人)의 풍모라 하면 비웃을지 모르나, 인요한은 각(角)이 없는 사람이다. 각이 없으니, 평가 자체가 어렵다. 그러므로 인요한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국힘당과 국민들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힘은 인요한의 말을 새기고 따르며 기다려야 한다. 왼쪽 오른쪽 어디를 가리킨다 해도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고, 인요한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인요한 능력의 결말을 보고 싶다면, 할 일을 마친 그날까지 함께 가야 한다.
지금 국힘당이 숲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이상, 그동안 숲이 아니라 산을 바라보고 있던 인요한은, 분명히 산을 오르는 길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사랑을 한 사람은 없다. 만남이 있고, 시간이 흐르고, 자주 바라보는 친근함이 쌓이지 않는 채, 곧바로 시작하는 사랑은 없다.
우리집 고양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인사 한번 한 적 없다. 그러나 사료줄 때만큼은 다가온다. 먹고는 그리고 말없이 가버린다. 고맙다는 인사 한 마디 없는 우리집 식구다.
그 고양이가 지금의 국힘당이다. 사료 먹을 때만 다가오는 이기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 박근혜 대통령이 한탄했던 인물들이 기회주의자들이었다. 그들만 없었어도, 참수작전이 성공하고 북한은 무너졌을지 모른다.
인요한은 국힘당 중진들의 서울 출마를 말하고 있다. 기득권을 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자세, 희생과 도전에 대한 주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찬란한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서, 거기에 기회주의는 있을 수 없다.
산길을 아는 자가 가리키는 방향을 의심없이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위기에 처한 자들의 정석(定石)이다. 이를 거부하는 자는 그대로 주저앉는 자일 것이며, 기득권에 맛을 들인 자일 것이다. 그 자는 산길을 함께 오를 수 없다. 또한 정상정복의 영광을 함께 나눌 수도 없다.
우리집 고양이가 한번은 봄날, 마루 밑 토방에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다리에 얼굴을 부비고 간 적이 있었다. 3월 따스한 봄날이었을 것이다. 얼굴을 부빈 그 몸짓은, 봄볕에 행복해진 고양이가 집사에게 보인 믿음이었고 사랑이었다.
인요한은 국힘당의 집사다. 언젠가는 인요한의 노력이 결과를 맺는 날에, 우리는 행복한 마음으로 인요한의 무릎에 얼굴을 부빌지 모른다. 따라서 처음부터 사랑한 사람은 없다.
사랑은 사랑하는 진실에서, 바람이 불고 눈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치는, 그 시련을 함께 겪은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신(神)의 축복일지 모른다.
신뢰없는 사랑은 없다.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 받는 그 순간, 당신은 배신을 당할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도 나와 함께 2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하여 지금은 끊어질 수 없는 한집 식구로서의 신뢰가 생겼다. 이제는 피하지도 않고 눈을 마주 바라본다. 드디어 고양이가 집사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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