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혹은 버스노조가 망친 백성의 삶
시골버스라는 게,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지 모른다. 시골 고샅길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을이면 반드시 버스가 다닌다. 마을 입구엔 승강장이 있고, 허리 구부러진 노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의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로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아 굽은 허리를 펴는 시골버스 안. 기사님은 행여 노인들이 넘어질세라 조심히 차를 출발하고, 차창에는 들과 논과 밭이 출렁이며 흘러간다.
아내에게 차를 넘긴 지 오래되었다. 돈 1000원이면 끝에서 끝까지 태워다 주는 시골버스. 장날이면 목로집에서 막걸리 한 잔 걸쳐도, 귀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차시간 맞춰 타면, 우리 마을에서 내리기 때문이다. 주차할 곳을 찾지 않아도 되고, 신호등에 걸리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음주단속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내에게 차를 넘기면서부터, 고민이 사라지고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시골버스로 인해, 낭만과 여유로운 행복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재작년 코로나 시기부터 였을 것이다. 기사님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노인들에게 반말을 하고, 마스크를 안 쓴 노인들은 태우지도 않을 뿐더러, 성질까지 함부로 내고 있었다.
저 성질난다고 내릴 곳에 내려주지도 않고, 어디서 잠을 퍼자는지 아예 출발하지도 않은 차도 있었다.
시골버스만이 아니었다. 직행버스는 더 가관이었다. 손님에 대한 예의도 친절도 없었다. 차문 맨 앞좌석에 앉았다 해서 '뒤로 가라'는 반말도 들었다. 묘목 두 그루 사서 올라탔는데, 그게 보기 싫었던가 짐칸에 넣으라는 명령도 들었다. 손님과 시비가 붙자 손님 목을 졸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군산에서 전주로 가는 직행버스였다고 한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들 기사들이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노조에 가입했으니, 마음대로 해도 불이익이 따를 리 없고, 인사조치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용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판국이니, 손님에게 친절할 까닭이 없다.
시골버스엔 갈수록 손님이 줄어든다. 그러지 않아도 죽을 날이 머지 않은 노인들이다. 조카 같고 아들 같은 기사들에게 멸시와 욕설을 듣지 않아도 떠나갈 분들이다. 돌아가시면 집도 빈집이 되어가는데, 버스는 더 말해서 무엇하리. 한두 명 태우고 가는 버스가 태반이다.
이 꼴 보자고, 시골버스 좋다고 더이상 말할 까닭이 없다. 다시 차를 몰아야 하나 싶다.
지하철이나 철도는 더 환장하게 만든다. 더구나 철도노조는 악명 높은 민노총, 심지어 간첩들이 지배한다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그들은 정당한 이유없이 파업을 하는 집단이다.
9월, 철도노조 파업이 있던 날, 필자(筆者)는 용산역에 있었다. 외갓집 장손 결혼식장까지 가는 지하철을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렸다. 예식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는 인사조차 하는 둥 마는 둥 밥도 허겁지겁 먹고, 용산역으로 갔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갈 기차는 없었다. 세 시간 후에 있다는 말에, 속이 그만 뒤집어지고 있었다.
용산역 의자에서 무려 세 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놈들 철도노조의 행패를 분석해 보았다. 연봉이 평균 1억이 넘는다는 철도원들이었다. 일반공무원 첫연봉이 겨우 3500만원 정도일 때, 철도노조원들은 연봉이 평균 1억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마르고 닳도록 해먹는 평생고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불만일까.
빚이 무려 1조나 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 1조의 하루 이자가 10억이나 된다는 사실. 그럼에도 필요없는 인력 감축에 게거품을 무는 것들이, 그걸 핑계로 또 파업을 벌이고 있었다.
국민에게 불편을 야기시키고, 국민 편의를 볼모 삼아, 민노총 지시를 받아서 벌이는 파업이었다. 윤석열정부 반대투쟁을 목적으로, 국민들에게 분풀이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한번 파업을 할 때마다, 연봉에서 1000만원씩 국민피해보상금으로 압류해야 한다고 본다. 관용이 필요없는 민노총 소속이니, 가차없는 처벌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나 노조가 철도나 운수노조뿐만인가. 법원을 장악한 법원노조도 있다. 전교조라는 교육노동자들도 있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노조도 있다. 대한민국은 노조개판공화국이다.
노조의 횡포. 그 횡포 속에서 신음하는 국민들. 이것이 대한민국 노조가 만들어 놓고 있는 더러운 세상의 풍경이다.
이제는 시골버스에 대한 향수도 추억도 사라지고 있다. 버스기사에게 욕을 먹고 사는 시골노인들 속에 필자(筆者)도 있다.
직행버스는 더 타기 싫다. 여차하면 반말을 하는 것들과 엮이기 싫다. 과거 같으면, 출발 전에는 기사님들이 버스 안을 돌아보면서, 손님들 안전벨트도 당부하고 손님을 살핀 뒤 출발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사회가 갈수록 퇴보되는 느낌이다. 고속버스 같은 대기업의 기사들도 이 모양인데, 지방의 군소(群小)운수업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철도는 더 횡포가 심하다. 서울에서 만나자는 어떤 약속도 지키기 어렵게 되었다. 서울 가려면, 먼저 철도 상황을 살피고 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자랑인 대한민국 지하철 안, 쾌적하고 한기롭고 아늑한 정경도 사라졌다. 운행횟수가 줄어드니, 그저 사람들로 인해 미어터진다.
이것이 노조라는 오물(汚物)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이면(裏面)이다. 만약 이같은 노조에 철퇴를 가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온다면, 필자(筆者)는 그 분을 위해 좀더 오래 살 생각이다. 매일 그분의 무병장수와 영광을 기원하는 기도를 할 참이다.
2023. 11. 18.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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