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통일 환경은 암울하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동족 관계가 아닌 교전 중인 적대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내 진보와 보수 진영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남북 관계는 교착 상태이다. 좀처럼 한국 경제침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북한경제는 악화되어 가고 있다. 신냉전으로 상징되는 북·중·러 對 한·미·일 블록간 대립으로 지역 정세가 불안정하고, 미·중 패권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통일에 대해 냉소적 시각이 만연하다.
통일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요망된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한반도 분단에 기인한다. 통일을 이루면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폭발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하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함께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다.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전략인식하에 통일이 왜 필요하며, 통일의 문명사적 의미와 통일한국의 비전을 살펴보고자 한다. 통일한국을 건설하기 위한 정부, 민간, 국제협력 차원에서 추진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I.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
왜 통일을 해야 하고 필요한가는 차고 넘친다. 첫째, 한반도 분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국가는 통일을 지원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 우리 민족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대국 정치의 희생으로 분단되었다.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지 않았던들, 미국과 소련 간에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 위해 군사적으로 한반도를 분할하지 않았던들, 6·25전쟁시 우리 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했을 때 중국군이 개입하지 않았던들 한반도는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분단으로 인해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심리적 트라우마, 경제적 비용, 안보적 긴장, 정치적 불안정은 얼마나 큰가. 주변국은 이러한 고통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통일에 협력하고 지지해야 할 역사적 사명과 도덕적 책무가 있다.
둘째, 통일을 추구하는 이유는 인도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천만 이산가족, 8만 2천여 명의 국군포로, 3만 4천여 명의 북한 이탈주민 등 헤어진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에서 근원적으로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남북이 강(强) 대(對) 강(强)으로 치닫는 한 제2의 6·25전쟁이 발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446만 명이 희생한 6·25전쟁보다 더 끔찍한 재앙을 막기 위해서 통일을 해야 한다.
*출처: 박동찬. 2014. 『통계로 본 6·25전쟁』. 서울: 군사편찬연구소.
넷째,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 통일을 해야 한다. 2021년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인 한국이 2023년 13위로 하락, 인구절벽과 성장률 저하로 20여년 후 30위로 추락할 수도 있다. 골드만 삭스는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8천만의 인구 증가로 내수경제가 활성화되고 북한의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한국의 첨단 기술과 자본이 승수효과를 발휘하여, 2050년도 통일한국의 GDP가 일본과 독일을 앞질러 세계 3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Goldman Sachs 2009).
다섯째, 통일의 전략적 편익은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을 합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분단으로 유발되는 인명 살상, 불안, 불이익, 손실, 위험 부담은 상상외로 크다. 남북이 서로 증오하는 데 민족 에너지를 쏟는 어리석은 민족이라는 비판을 감당하기 힘들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의 2.7%, 국가예산의 10%를, 북한은 GDP의 25%, 국가예산의 16%에 달하는 국방비를 쓰고 있다(CIA 2024). 무력분쟁 가능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로 투자를 기피한다. 수출입 물류비용 증가 및 우회 항로에서 오는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한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한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갈등과 대립은 지속될 것이다.
통일 후 1년 동안 체제통합과 사회보장에 소요비용은 55조원?249조원에 이르며, 북한의 생활수준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620억 달러?1.7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판단한다(신동진 2011). 가히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이다. 통일비용을 심히 우려하나 북한이 정상국가나 분단된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아시아개발은행(Asian Development Bank, ADB),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AIIB) 등의 국제금융기구가 개발에 참여할 수 있으며, 북한의 엄청난 자원을 개발하는 데서 오는 수익을 고려하면 통일비용은 크게 우려할 것이 못된다. 통일이 되었을 때 남북통합, 시장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로부터 오는 편익 뿐만 아니라 북한의 GDP의 25%에 달하는 국방비를 민생경제로 전환할 수 있고, 민족적 자존감과 국제적 위상은 드높아질 것이다. 통일이 되었을 때 우리 뿐만 아니라 주변국에게도 전략적 편익이 크다. 미국은 자유민주 시장경제가 한반도 북부지역까지 확산되는 효과가 있다. 일본은 한반도로부터 오는 북핵·미사일 위협이 소멸되며 경제개발에 참여하고 새로운 시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통일한국과 막힘이 없는 경제와 문화교류로 상호 국익에 기여할 것이다. 러시아는 통일한국이 극동러시아 개발에 적극 참여하게 되고 관광 붐이 예상된다. 이러한 역내 국가간 활발한 경제, 문화, 군사 교류협력은 경제공동체, 안보공동체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통일의 전략적 편익이 분단비용과 통일비용을 합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통일은 수지가 맞는 투자이다.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2022. 『국방백서 2022』. 서울: 국방부; CIA, 2024. The World Factbook 2024-2025. Washington, D.C.: CIA. June.; Global Firepower. 2024. ”2024 World Military Strength Rankings,” https://www.globalfirepower.com/countries-listing.php#google _vignette, (검색일: 2024. 10. 1); IISS, 2024. 2024-2025 Military Balance. London: Routledge Taylor & Francis Group.; 2024년 한국의 국방비는 59조 400억원이다.
참으로 통일한국의 출현은 분쟁과 갈등의 진원지인 한반도가 평화와 협력, 공동번영의 발원지로 변환하게 될 것이다.
II. 통일한국의 문명사적 의미와 비전
통일한국의 실현은 동북아에 잔존해온 냉전이 종식된다는 문명사적인 의미가 있다. 또한 미·중간 전략적 협력에 의해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하게 되면 패권경쟁의 미·중관계가 공진관계(co-evolutionary relations)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데올로기로 대립해왔던 남북한이 통일하게 되면 내전을 겪고 있거나 독재 등 실패한 국가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서양문명과 동양문명이 융합한 한반도의 통일은 글로벌 문명공동체를 열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한반도 통일을 단순히 분단된 남북을 통합하는 국토통일이 아닌 새로운 통일 한국을 건설하겠다는 비전을 꿈꾸고 있다. 민족의 건국정신인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 사상을 구현하는 국가를 세우고자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주의, 종교와 언론의 자유, 행복의 추구를 보장하는 국가이다. 통일한국의 외교는 미국과의 동맹과 동북아 역내국가들과 다자협력을 추진한다. 통일한국의 국방은 거부적 억제전략과 강한 군대를 보유하고, 통일한국의 경제는 자유 평등 상호이익의 도덕적 공생적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통일한국은 디지털 AI 과학기술 강국으로서 물류와 금융의 허브로 거듭날 것이다.
그러나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여건 조성이 안되어 있다. 한국은 북한에 의한 무력 침공을 우려하고 있고, 북한은 압도적 우위의 국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으로부터 흡수통일을 우려하고 있다. 주변국은 통일과정에서 안보적 불안정과 통일한국의 정치 이데올로기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북한 체제 전환과 남북 통합 시 인도주의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상대방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적대세력이 등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일을 추진하는 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총체적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