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즘 참 오만방자한 말이다!
신을 섬기는 제사장과 신의 대리인으로 인간사를 관장하던 왕정시대는 막을 내린다. 백 년도 채 안되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왕들은 국민 통합의 상징에 불과해진다. 이제 신이 아닌 인간 중심의 ‘휴머니즘’ 시대가 지구촌 단위로 꽃을 피우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인간 위주로 세상을 보는 휴머니즘은 천국을 만들었을까 NO! 아니다. 휴머니즘은 자연의 만들어진 세상이 인간이 만드는 세상을 위해 이용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 철학이다.
신에서 인간 중심으로 가는데 4백 년이 걸렸다.
1492년 3백년에 걸친 십자군전쟁에서 기독교가 졌다. 아랍은 과학적인 무기를 사용한 덕분에 이 전쟁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으로 시작한 전쟁에서 패하자 서구는 신의 절대성에 의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역사로 접어든다.
서구의 철학자들은 신학과 관계없이 인간을 바라보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신의 종속에서 벗어나는 인간의 독립선언이다. 신이 만든 메뉴얼대로 살아온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십자군전쟁에 지고 서구는 생존에 과학을 활용하며 상공업 중심의 중산층이 생긴다. 주요 세금원인 중산층과 왕실이 계약을 하며 국민국가가 탄생한다. 철학자들이 신과 상관없이 자연권, 평등권, 저항권 등을 생각해내며 고민한 덕이다.
무의식(無意識)의 발견으로 독립한 개인은 다시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야 한다
4백년에 걸친 이성을 중심으로 한 근대는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며 새 역사가 시작된다. 무의식은 보편성의 허구를 드러내며 개인은 각자 다른 내면을 살아간다는 진실을 일깨운다.
프로이트가 발견한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다양해졌다. 켄 윌버는 5가지로 인간의 무의식을 나누면서 개인의 무의식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켄 윌버의 5가지 무의식은, 태초 이후의 모든 정보를 지닌 기저무의식, 생명체 이후의 정보들인 원시무의식, 무의식이 의식이 되었다가 다시 무의식이 된 침잠무의식, 관습이나 도덕 등 사회적관습인 의식이 무의식이 되어 억압하는 묻혀진 무의식, 마지막으로 내면의 깊은 심층구조들이 의식에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창발무의식으로 초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다.
현 문명의 문제는 휴머니즘이 개인주의를 거쳐 극으로 간 이기주의로 진단된다. 모든 존재는 서로 포함되며 포함하는 홀라키(Holaky) 구조로 그 무엇도 따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든 문명에 반응해 일어난 것으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묻는다
최초로 만들어진 생명체 중 하나인 바이러스는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기생물체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에 기생하며 생명의 진화에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 지구의 생명을 디자인한 실체는 숙주와 공생하며 숙주를 변화시켜온 바이러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인간의 뜻대로 문명을 만든다는 ‘휴머니즘’은 얼마나 오만방자한 말인가! 코로나19도 인간이 만든 거대한 변화에 바이러스가 반응해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인간이 코로나19를 만든 셈이다. 기나긴 생명 역사의 끝점에서 개인의 가치를 알게 된 인간이다. 인류의 문명사를 연구한 학자들은 에고로 가득 찬 현 문명이 이제 휴머니즘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으로 넘어갈 단계에 와있다고 한다. ‘나’란 감옥에 갇힌 인간이 이제 우주 질서인 생명질서와 접속할 때 심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다섯 번째의 창발무의식이 열릴 것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이 계속 휴머니즘을 주장하며 멸종할 것인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변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다.
(정근원, 심층심리상담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제1대학 영상학 박사)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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