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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의 노인(homeless)

최성남 | 기사입력 2021/11/28 [17:35]

집 밖의 노인(homeless)

최성남 | 입력 : 2021/11/28 [17:35]

김윤섭 기자의 고령사회 단상

 

집 밖의 노인(homeless)

 

입동(立冬)을 지나 밤낮으로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다. 어느 날인가 해는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리던 저녁 영등포 역전 버스정류장 한쪽에 7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신사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한 손에 의지하고 쌀쌀한 저녁 날씨에도 불구하고 외투도 없이 낡은 양복을 입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갈 곳 잃은 눈동자로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고 계신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또 다른 한쪽에선 카세트를 틀어 놓고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구원을 주제로 귀가 따가울 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라 정거장엔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었고 제 각각 갈 곳을 찾아 떠나가고 있는데 조금 전 그 노인만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저 좌우를 살피고 하늘과 땅을 번갈아 가며 처다보곤 한다. 필자가 그곳을 떠나올 동안 노인은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서 계셨다. 영등포 역전은 노숙자가 많은 곳이다. 늘 가슴 한편에 상처로 남아 있었는데 오늘 본 노신사에게서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고령사회가 가져다 준 비극은 아닐까.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불안전한 가족화(핵 가족화)가 가속되고 있다. 대가족(3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가족 형태)이 해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집 밖의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노숙자는 없어져야 하지만 노인이 거리로 나와야 하는 현실은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노숙자로 전락한 노인의 삶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닌듯하다. 미국에서 조차 경제 다음으로 집 밖의 사람들(부랑아)이 문제라고 하니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노인은 가족이 봉양해야 한다. 가족이 아니면 이웃이, 이웃이 아니면 사회가. 사회가 아니면 국가가 책임지고 모셔야 한다. 지금 노인들이 집 밖을 서성이고 계신다. 우리 사회가 성숙하려면 노인들뿐만 아니라 집 밖의 사람들을 구제해야 한다. 오늘이 소설이다. 대설, 소한, 대한 등 겨울속으로 깊숙히 들어가고 있다.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때다. 손을 내밀어 그들의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써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점점 추위가 겨울이 깊어 간다. 따뜻한 정이 그리운 계절이다. ()도 나누면 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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