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칼럼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
대선정국을 감싸고 흐르는 여당과 야당의 기류가 최근 들어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두 당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과 윤석열 두 사람 모두가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룬 바 있다. 하지만 경선이후 지금까지 불거진 여러 가지 소문과 잡음, 당내의 불협화음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그냥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일 뿐, 나라를 위한 격렬한 논쟁이나 주요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의견조율과정으로는 전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건국이후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으로부터 시작하여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 때까지 대통령 선출을 위한 당내 경쟁이란 생각할 수도 없는 정치상황이 4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 그런 가운데 소위 3김이라는 대표적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세력분할로 정국은 균형을 이루어왔지만, 이들이 퇴장한 후인 2003년에는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거의 무혈입성하다시피 선출된 이회창을 내세웠고, 야당인 민주당은 무명의 노무현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며 월드컵 신화의 주역을 자처하던 정몽준과의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대권을 거머쥐게 되었다. 그 후 소위 3김이 사라진 대한민국 정치는 백가쟁명의 혼란기에 접어들면서 당내 경선을 통하여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 굳어졌다. 이제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해 정당이나 국가가 지배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신호탄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특정인이 중심이 되어 계파를 형성하거나 정치세력을 주도하려는 성향을 띠고 있는 것이 정치발전이나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과연 좋은 일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그래도 정당정치를 고수해오고 있는 것은 그 정당의 대표나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그 정당이 내세우는 정치이념이나 정강정책에 의해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정권을 쟁취하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드라도 정당의 대표가 리더쉽을 소홀히 하거나 당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서로의 이익만을 쫓는 조직은 국민의 호응을 얻기는커녕 얼마 못가서 당의 존재마저 없어져버리는 현상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보아왔다. 최근 여당의 이재명후보는 대규모 선거대책본부를 꾸려 당 소속의 국회의원 전원을 선거대책본부에 불러들이는 초유의 선거전략을 선보였다. 물론 경선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을 없애고 원팀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필요 때문에 그렇게 했겠지만, 당내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과 날선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재빠르게 선대본부를 해체, 재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매일 날아드는 대장동게이트의 의혹들을 나름의 배짱과 기민한 말솜씨로 피해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그로 하여금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그는 선대본부를 실용적 측근 인사들로 재구성하고, 새롭게 내세운 슬로건이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당 안팎의 반응 또한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더구나 최근 새롭게 영입한 30대 우주과학 전문가 조동연을 선대본부장에 영입하였다가 혼외자 논란으로 사흘 만에 사퇴하는 촌극을 벌인 것은 검증부실로 비난받아 마땅한 민주당의 패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야당인 국민의 힘은 며칠 전 이준석 당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에 극적인 타협을 보면서 당내 갈등을 불식시키고, 김종인 전비대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화합의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동안 선대위 구성문제로 한 달이나 허송세월을 보낸 국민의 힘은 김병준, 김한길 등 올드보이의 귀환, 민주당의 배신자들, 신3김의 출현이라는 악평 속에서 정치초년병 윤석열후보는 공천팔이 하이에나 정치꾼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비난을 받아왔다. 검사사주고발사건과 후보자 처가의 갖은 비리 의혹으로 여권의 정치공세에 시달리는 와중에서 앞으로 윤석열 후보는 떨어진 여론지지도를 얼마나 올려 정권교체의 험난한 파도를 헤쳐 나갈지 모르겠다. 이제는 후보를 중심으로 미래 국가비전을 만들어내고,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정책을 마련하며, 청년층의 적극적 영입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가야만 한다. 선거란 어떻게 보면 후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제작자나 감독도 중요하고 조연과 엑스트라의 역할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각본도 물론 잘 짜여 져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후보의 인기와 멋진 연기가 드라마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된다. 두 당에서 내세운 후보자들이 만들어가는 드라마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내용도 훌륭해야 하지만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열성과 노력, 그리고 얼마나 관객과 호흡을 함께 할 수 있는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실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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