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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초고층아파트, 왜 문제인가?

최성남 | 기사입력 2022/04/22 [16:57]

재건축과 초고층아파트, 왜 문제인가?

최성남 | 입력 : 2022/04/22 [16:57]

양윤재 칼럼

재건축과 초고층아파트, 왜 문제인가 

 

서울의 노후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된 이래 서울시와 재건축조합 간에 여러 가지 의견이 대립되어 재건축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고 재건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건물의 높이(일반 시민들은 건축물의 높이를 층고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건물의 층고라 함은 건물 1개 층의 높이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나 전문가들, 심지어 담당업무를 관장하는 공무원들조차도 건축물의 높이를 층고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이다. 전임 시장에 의해 아파트의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겠다는 방침에 따르지 않았던 주민들은 법적으로 허용된 최고 높이로 건축을 하게 허용해달라는 것이고, 시의 입장은 주변 환경과 경관을 고려하여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을 두고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에는 주민들이 시의 주장에 승복하여 사업을 추진해버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제 재건축을 시작하는 아파트나 시장이 바뀌기를 기다려 온 몇몇 아파트단지에서는 전임시장이 정해놓은 기준이 새 시장으로 바뀌고 나서 높이규제가 완화된 것을 반겨하는 눈치다.

사실 건물의 높이에 대한 문제는 나라나 문화에 상관없이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많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을 응징하는 신의 노여움이었다면, 인간의 경제력과 기술의 상징으로 탄생한 미국의 마천루는 현대도시의 발전과 매력을 경쟁적으로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건물의 규모나 높이는 그 시대의 정치적, 종교적 권력과 경제력에 따라 비례해왔다. 고대의 피라미드나 왕궁, 중세교회의 첨탑과 돔, 성곽도시의 종탑과 망루, 산업혁명시대의 공장굴뚝 등이 바로 상징적, 실용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인간의 높이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철강산업의 발달과 건축기술의 혁신으로 건축물의 높이는 더 이상 인간의 의지를 시험해보는 대상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파리 만국박람회에 등장했던 에펠탑을 두고 당시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난 것이 불과 133년 전인 1889년이었고, 20세기에 들어와 미국의 시카고와 뉴욕을 중심으로 초고층건물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면서 소위 마천루의 도시라는 이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지구촌의 유수한 도시들은 저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가지겠다는 야심찬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교회의 첨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의 높이를 24.5m 또는 전면도로의 폭만큼 규제하는 런던법이 1888년에 만들어졌고, 건물을 경쟁적으로 높이 짓는 것이 도시의 무질서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파리의 도시계획가 오스만은 파리를 재개발하면서 건물의 높이를 5-6층으로 획일화시켰다. 1909년에는 시카고에서도 건물의 높이를 통일시켜 도시경관을 가지런히 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1910년 만들어진 법률 때문에 워싱턴 시에서는 아직도 40m의 높이규정으로 미국의 유일한 수평도시가 되어버렸다. 1916년 뉴욕시는 건축선후퇴에 관한 규정을 처음 만들었는데, 이 법에 따르면 길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전망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면서 고층건물이 지어질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처럼 건물의 높이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면서도 엄격하지만, 이 또한 경직되게 운용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파리나 런던과 같은 대도시는 물론 대부분의 유럽 중소도시들도 나름대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도시경관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에 의해 건물의 일정 높이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단조로운 도시경관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수용하면서 예외적으로 고층건물을 허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건축법에서 가로의 폭이나 일조권, 그리고 맞은편 건물과의 떨어진 거리에 따라 건물의 높이를 규제하고 있다. 도시계획에서의 용도지구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서도 높이규제가 달라지기도 하며, 건축위원회의 심의에 따라 건물의 높이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도시의 형태나 경관은 건물의 높이를 규제하는 것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규모와 형태를 결정짓는 것은 건물의 용적율, 높이, 배치와 외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건물을 높이 지으면 개발규모가 늘어나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아파트 재건축과 같은 대규모 개발의 경우 건물의 높이는 물론 개발에 따른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장치들이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나 몇몇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전근대적인 관행이 21세기의 민주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메타버스와 같은 첨단과학기술이 도시의 곳곳에 스며들 수 있는 미래의 도시발전을 위해서도 이 같은 일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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