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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진화

최성남 | 기사입력 2022/06/14 [13:26]

가정의 진화

최성남 | 입력 : 2022/06/14 [13:26]

가정의 진화

 

시집살이에서 며느리살이로 바뀌었다. 아들을 많이 낳을 의무가 버거웠던 어머니들이 딸을 선호한다는 청천벽력이 현실이 되었다. 그야말로 가정의 변화가 아니라 가정의 진화. 가정의 진화를 볼 수 있는 예로 매슬로우가 인간의 욕구 5단계에 세 단계를 더해 만든 욕구 8단계에서도 볼 수 있다. 그는 생존, 안전, 애정, 자존감, 자기실현의 5단계에 인지(認知), (), 초월(超越)의 세 욕구를 덧붙였다. 100세 시대에 맞는 도표다. 욕구 8단계 도표에서 가정의 진화가 느껴진다. 무엇일까 

가족 공동체인 가정에서 주체적 개인의 공동체인 가정으로

욕구 5단계설은 육체적, 정서적 생존에 관한 것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의식하면서 의존하는 함께가 기본으로 깔려있다. 새로 덧붙여진 인지, , 초월은 나 홀로 따로해내서 부처님이 말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길이다. 마지막에는 이마저도 초월해서 우주적 존재가 되어 모두를 끌어안아 가 없어지는 초월 욕구를 말한다.

집단지성이 이런 단계로 넘어가면 회장님, 사장님, 부장님, 교수님, 장로님, 원장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프레임을 넘어선다. 이런 사회적 정체성에서 자유로워지는 건 존재의 혁명이다. 호칭의 꼬리표와 상관없이 생명으로 만나는 관계는 새 문명으로 가는 길 중 하나다. 그 방법을 매슬로우는 세 가지 욕구로 제시했다.

가정에서는 자식이 커서 독립을 하면, 이제는 부모가 자식에게서 독립한 주체적 인간이 될 차례다. 이렇게 자식과 부모는 진정한 친구 관계로 승화된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넘어 우주를 끌어안는 사랑 자체가 되는 길이다. 예전에는 수도하는 사람들이나 갔던 이 길을 100세까지 살아야 할 긴 시간 앞에서 누구나 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은 내치면서 자식들만 기다리며 에 갇힌 우울한 삶을 살게 된다. 생애 초기에는 혈연 중심의 가족 공동체가 생애 후기에는 혈연 유무와 상관없이 주체적 개인들이 모인 따로 또 함께사는 가정이 생겨야 한다.

우리의 유산에서 새로운 가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보자

지난 몇십 년의 변화는 인류가 태어난 이래 일어난 모든 변화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한국의 시니어는 세계에서 이런 격변을 가장 첨예하게 살아내어 선진국을 만든 장본인이다. 망국, 식민지, 이념 갈등과 이로 인한 6.25 전쟁, 전국민의 빈곤화, 독재, 쿠데타, 개발독재, 민주주의 대장정, 경제선진국, K-universe로 한국의 세계화란 역사를 살아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이 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세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격하게 게임 룰이 바뀌고 있다. 세계는 이 와중에 캐스팅 보트를 쥔 한국의 역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 멀리 뛰려면 신발끈을 조여야 한다.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는 상황에서 삶의 근본인 가정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아름다운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자.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는 정()으로 엮어진 한국인의 끈끈한 인간관계가 욕구 충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현생의 행복을 강조한 유교적 정신이 근간이 되었을 것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 덧붙인 세 개의 욕구인 인지, , 초월은 개인이 해내야 하는 구도적 성격을 띤다. 불교, 특히 세계가 경탄하는 한국의 선불교는 초월도 생경하지 않은 개념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구의 반이 기독교인 한국에서 초월을 무한한 사랑으로 동전의 앞뒷면처럼 풀이할 수는 없을까. 무엇보다 짧은 시간에 역사를 바꾼 한국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리더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란 뜻이다.

시니어가 되면 인지, , 초월을 배워야 한다

자식 바라보며 살아온 한국의 부모들이 옛 부모상과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새 부모상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이런 혼란이 일으킨 갈등으로 고통받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예전에 인도에서는 자식이 성장해서 결혼하면 숲으로 들어가 구도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이제 한국의 부모들이 구도하듯이 매슬로우가 욕구 5단계에 덧붙인 인지, , 초월 세 가지를 배워서 주체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니어교육 제도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4차산업을 이끌어갈 국가다. 4차산업 시대에는 지금까지 일어난 변화보다 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한국인은 빨리빨리정신으로 대처해왔다. 하드웨어 산업의 첨단에 있는 한국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유구한 역사와 최신 문명이 함께 하여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킬 인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나라로 한국은 최전방에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한국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캐스팅 보트를 쥔 상태다. 이런 나라에서 가정의 진화란 혁신적인 사고로 백세 시대에 요구될 가정의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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