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는 출산장려정책의 철학적 기초다

김종두(효학박사, 한효총 사무총장)

향후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은 안보와 경제, 그리고 복지가 될 것이다. 이미 4대 강국과의 이해관계 및 북한과의 대치 상황, 그리고 수출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면서 고유가의 행진과 노사관계 등의 경제 문제가 그렇다. 그리고 맞벌이 부부(여성)의 가사 부담 증가, 대학등록금과 주택가격 상승 등은 자녀 양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출산 기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래에 한국 사회에 ‘3포세대’, ‘N포세대’, ‘헬조선’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젊은이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에 이어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그리고 부부만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선택적으로 자녀를 가지지 않고 생활하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족도 생겨났다. 이렇다 보니 출산장려를 강조하기 시작한 2006년도 이후 380조 2천억이라는 거액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고작 0.81명으로 OECD국가 중에서 맨 꼴찌이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의 인구는 2065년도에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고, 300년 후에는 인구가 소멸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출산장려정책은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가치와 문화, 교육으로 풀어야 할 영역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근본적 대안으로 작용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필자는 그것을 ‘효(孝, HYO)’로 보았다. 「효행장려법」 제1조(목적)에 “아름다운 전통문화유산인 효를 국가차원에서 장려함으로써 효행을 통하여 고령사회가 처하는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는 외에 세계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이렇듯이 효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보편적 가치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에서 출산장려는 효와 연계되어야 한다.

첫째, 출산장려정책은 물질보다는 가치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은 가치지향적 존재인 까닭에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방향을 선택하는 속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치교육이 뒷받침된 출산장려정책이 필요하다. 인간이 지향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며, 행복은 가족관계의 비중이 가장 크다. 그리고 그 가족은 삶의 고락(苦樂)을 함께하는 ‘부부(夫婦)’보다는 삶의 의미와 기쁨을 함께하는 ‘부자(父子)’ 관계가 중심(重心)이다. 이런 점에서 출산장려는 가족사랑으로 표현되는 효 가치를 기반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출산장려는 효문화와 연계되어야 한다. 문화(文火)는 인간의 삶을 밝게 변화시키는 정신적․예술적 총체이다. 그러므로 효문화는 가족사랑을 바탕으로 이웃과 사회, 나라와 자연의 하모니를 통해 세상을 밝게 변화시키는 정신적․실행적 활동이다. 그러나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부부가 살기 힘들면 헤어지는 게 상책이다.”라는 등 지금의 문화적 풍토에서는 출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효문화와 연계해서 출산장려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효교육’을 통해 ‘가치’와 ‘문화’로 출산장려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 『효경』에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고 했듯이 효는 교육의 바탕이자 조건이다. 그러므로 ‘혈연중심의 가정윤리’에서 ‘관계중심의 하모니 윤리’로 인식이 전환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효를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 문화는 천년대계(千年大計)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의 기본을 등한시한 채 진행된 출산장려정책을 되돌리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문제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사안인 만큼 ‘가치’와 ‘문화’, ‘교육’을 패키지화하여 큰 틀에서 추진해야 한다. 그러자면 효운동단체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효운동은 단체장의 사비(私備)에 의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효행장려법」 제13조에 “국가 및 지방단체는 효행장려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이나 단체, 개인에 대하여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거나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당국의 지원을 통해서 ‘가치’와 ‘문화’, ‘교육’이 시민운동으로 승화되도록 해야 한다.

『성경』에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했고 『맹자』에는 “불효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대(代)를 이어갈 자손이 없는 것을 큰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또한 『중용』에 “인간의 삶은 부부를 단서로 조성된다.”고 했고, 『예기』에 “무릇 혼례는 만세의 시초이다.”라고 하여 가족을 중시했다. 출산정책은 혼례가 중요하고, 혼례는 가족을 출발시킨다는 점에서, 가족사랑의 상징인 효야말로 출산장려의 철학적 기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