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칼럼
뚜껑 연 윤석열정부의 주택공급정책
주택청약계좌수를 주택수요로 오판한 통계를 가지고 출발한 계획이 성공할 수가 없 다.
문재인정부에서 족쇄로 채웠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는 것 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주택공급의 목표는 ‘양질의 주택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신 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윤석열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 둔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윤정부 들어 처음으로 부동산공급대책을 발표하였다. 원장관은 ‘국민주거안정실현’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면서 앞으로 5년 동안 270만호의 신규주택을 공급하여 집값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한다. 이와 함께 재건축부담금 완화와 안전진단기준 완화로 재건축을 활성화시켜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5년, 문재인정부에서 28차례에 걸친 부동산대책 때문에 집값은 폭등하고, 세금폭탄으로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인수위원회를 거쳐 다섯 달이 넘도록 고민한 정책이라기에는 많은 부분에서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우선 270만호의 주택을 5년 안에 공급하겠다고 한다. 왜 270만호인지 설명이 없다. 주택공급의 기본적 요건은 주택수요와 주택소요에 대한 정확한 산정을 바탕으로 단기적 공급규모와 중장기적 공급규모를 산출해낸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별, 계층별 주택수요의 규모와 형태, 그리고 입지를 정하여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이 서울을 제외하면 거의 전 지역에서 100%를 넘은지 오래 되었다. 이 말은 주택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주택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최근 지방도시에서는 미분양주택이 쌓이고 있는데 느닷없이 270만호라는 엄청난 물량을 공급한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얼마 전 민주당에서조차 1가구 1주택정책을 탈피하는 정책을 채택한 바가 있다. 이제부터는 주택공급문제를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일관된 주택정책은 공급의 확대였고, 그 물량 산정은 주택청약종합예금의 계좌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태우정부의 200만호, 김영삼정부의 250만호도 마찬가지고 이번의 270만호도 예외가 아니다. 주택청약계좌수를 주택수요로 오판한 통계를 가지고 출발한 계획이 성공할 수는 없다. 이런 주택청약제도는 관주도의 택지분양이나 신도시건설 등 신규분양주택을 원칙으로 한 제도이기 때문에 민간개발 주도로 정책방향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이라면, 이제는 이 같은 복잡하고 불합리한 신도시건설 청약제도에 의한 주택공급방침은 수정되어야 한다.
그나마 문재인정부에서 내세운 공공주도형 주택공급정책을 민간주도형으로 바꾼 것은 전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자유시장경제를 이념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공산사회주의에서도 쓰지 않는 관주도형 주택공급제도는 주택시장을 왜곡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의 주요기간산업인 주택산업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게 된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의 주택공급과 주택시장은 정부 주도하의 택지공급과 민간건설업자의 주택건설로 요약된다.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30만호라는 엄청난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분양제도는 난해해졌고 주택가격은 올라만 갔다. 특히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끊이지 않은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뼈아픈 이면을 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말 그대로 무주책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와 민간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규제철폐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한정된 정부의 예산으로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공급된 주택의 입지나 여건이 입주자들의 조건과 맞지 않아 아직도 빈집이 제법 많이 남아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그들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밖에 공급확대와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역세권을 중심으로 용적률을높이고, 개발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내용과 GTX 조기추진 및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의 추진도 발표되었다. 이런 계획은 자칫 공급물량 확보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과다한 용적률 완화로 주거환경의 질을 해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며, 구조안전진단기준 완화와 같은 재건축의 경제적 이익만을 노린 편법적 관행이 반복되어서도 안 된다. 더구나 층간 소음문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센티브 조건으로 내건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의 이 같은 공급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적극적 참여와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족쇄로 채웠던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이다. 과거의 정부가 매번 그래왔듯이 주택을 되도록 많이 공급하면 모든 문제가 풀리는 것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무릇 주택공급의 목표는 ‘양질의 주택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매우 단순하고 간단한 것 같지만 이 속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다. (실버타임즈 2022년 8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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