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우주 같다
거창하게 부부를 우주와 비교할 수 있을까 몇 번 시도했다가 집중하지 못하고 포기했던 현대과학 공부가 아주 재미있어졌다. 쉽게 설명하는 친절한 유튜브부터 시작해서 계속 쫓아가다 보니 어려운 이론까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주 같은 부부를 느낀다. 신기하다. 다르면서 가까운 대칭 관계는 부부가 아닐까 연애하던 애인들이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같이 있다가 헤어지는 게 싫어서가 아닐까. 결혼해서 싸우던 부부들이 계속 살아지는 건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우주가 시작한 빅뱅의 순간을 오르가즘에서 느끼기 때문이라고 상상한다. 우주의 입자들은 다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반대되는 대칭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하나로 만나서 결합했다가 분해되곤 한다. 이 결합하고 분해하는 과정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부부의 육체적인 결합이나 사회적 제도인 부부로 결합하고 이혼으로 헤어지는 것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작동하는 것도 비슷하다. 우리는 똑같다며 결혼했다가 기대한 것과 다르다고 힘들어한다. 딱들어 맞는 대칭 관계가 깨어지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기와 같다고 또 다르다고 생각한 것들이 다 자기중심의 자아가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걸 알게 될수록 있는 그대로 파트너를 볼 수 있는 눈이 자라게 된다. 실제인 팩트(fact)를 상상하지 않고 그대로 볼 수 있다면 과학 공부를 하면서 놀랐던 것은 실제인 팩트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팩트가 우주란 거시세계에서 양자와 전자라는 미시세계에 까지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수식의 공리로 표현할 수 있다! 중요한 수식들은 100개 미만으로 적다! 필자는 충격을 받았다. 인문과학에 치우쳐 있던 필자는 억울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과학이 재미있고 과학이 일상적 지식이 되었다면 사색의 깊이와 넓이도 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을 알아갈수록 이제는 실제인 팩트를 우선 알아보려는 자세가 생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상상해서 논리를 덧씌울 수 있다는 걸 절감하기 때문이다. 팩트는 사회적인 안건일수록 더 제대로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 거짓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팩트를 감추려고 술수를 부리는 사회일수록 독재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언론이 팩트를 드러내는 사회적 기능을 제대로 해야 민주주의가 유지될 수 있다. 팩트를 드러내지 못하는 언론은 거짓을 퍼뜨리는 죽은 언론이다. 부부도 우주처럼 팩트를 기반으로 이해해야 한다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알고 있을까 태초에 생긴 우주 법칙이 우리 몸속 세포 안에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인간도 태내에서부터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 정서를 죽을 때까지 그대로 가지고 간다. 무엇이 파트너의 정서를 만들었는지 모르고서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주가 시작하며 만들어진 것들을 이해하면서 나머지 모든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키우는 화초 하나하나가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태초에 일어난 일을 알아가면서 나머지가 이해되듯이 부부가 서로의 정서적 기반을 이해해야 제대로 사랑을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파트너의 실제를 만든 팩트를 이해하면서다. 부부만큼 시시콜콜 알 수 있어서 미묘하고 위험한 관계가 있을까 얼마든지 겉으로 멋진 부부 관계를 연출할 수 있다. 우주만큼이나 복잡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관계는 부부 관계가 아닐까 부부가 팩트에 입각해서 서로를 깊이 이해해서 사랑하면 우주를 품어 안는 것과 같다. 그러면 나머지 인간관계는 우주로 나아가는 것 같은 확장을 만들어 낸다.
정근원(영상학 박사, 대중교육가) https://blog.naver.com/youngmi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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