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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원 칼럼 진실 게임은 사악하다

최성남 | 기사입력 2022/12/06 [13:49]

정근원 칼럼 진실 게임은 사악하다

최성남 | 입력 : 2022/12/06 [13:49]

 진실 게임은 사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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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원(영상학 박사, 대중과 함께 공부하는 사람)

youngmirae@blog.com

 

 

사실(fact)은 스스로 많은 말을 한다. 주장을 할 때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마음을 들이대는 셈이다. 코끼리를 한밤에 처음 대한 사람이 코끼리에 대해 말한들 상상일 뿐이다. 불을 켜고 코끼리를 보기만 하면 된다.

일부러 불을 켜지 않고 여러 증거를 대며 진실 게임을 하는 경우가 있다. 태양이 떠오르면 코끼리 모습이 드러나겠지만, 이미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른 후일 수 있다. 상상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려는 험난한 세월을 살아온 게 인간의 역사였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아니 우주도 그렇다!

 

불을 어떻게 켜야하나

사실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필자는 최근에 깨달았다!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안다고 믿은 것들이 상상이었다는 걸 발견했을 때 세상이 깨어져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남편, 가까운 친구, 자식과 부모, 사회, 내 방의 식물까지도 잘 안다고 착각 했었다.

불을 어떻게 켜서 사실을 사실대로 볼 수 있을지 괴로웠다. 애매하고 어렴풋하게 내버려 두었던 것들을 추스르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상상한다는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에 묻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와 남편과 친한 친구, 자식과 부모에 대해서 새로운 눈으로 묻기 시작했다. 사람만이 아니었다. 사회와 역사, 지구를 놓고 또 우주에 대해서도 묻기 시작했다.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되살아났다. 내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오만의 시작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뭇잎, , 강아지, 건물, 길 가는 사람, 친구, 남편도 다 경이로웠다.

 

물으면서 시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강의를 위해 진지하게 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영화를 강의 재료로 삼으면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사실(fact)을 영화에 접목하고 싶어서였다. 이런 단순한 바램은 모든 것의 시초인 태초로 나를 데려갔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과학 공부를 할 때마다 태초에 일어난 일은 복잡해서 건너뛰었었다. 그런데 그 태초에 답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게.

나에 대해서도 나의 시작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그의 시작점을 마음에 두고 만나기 시작한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안다고 생각하며 지레짐작하지 않으려 한다.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식물도 관찰하면서 각각에 맞게 물을 주고 장소를 정해주려고 한다. 사회도 역사도 뿐만아니라 지구, 태양계, 우주까지 알아왔던 생각을 내려놓고 있다. 명상도 일상이 명상이 되는 방법들을 찾아 삶과 접목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 속에 패턴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삶의 시작점이 느껴질수록 내가 살아온 시간과 공간 여행을 제대로 하게 된다. 추억에 파묻히지 않고 반복하며 살아온 나의 패턴이 보여서다. 패턴을 바라보는 게 패턴에 묶이지 않는 힘을 준다. 나를 알아갈수록 다른 사람을 알아가며 공감하는 힘이 조금씩 커지는 걸 느낀다.

개인만이 아니라 인간이 역사 속에서 반복하며 저질러온 패턴들이 보인다. 일부러 불을 켜지 않고 팩트를 못보게 진실을 조작하는 진실 게임은 사악하다. 사회적으로 불을 켜는 방법은 언론이 팩트를 드러내게 하는 자유에 달려있다. 단 언론이 진실 게임의 도구로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 언론을 감시하는 제도가 필수인 이유다. 팩트를 다루는 과학을 공부하면 팩트를 보는 인문학의 눈도 깊어진다. 소설 어린 왕자가 과학을 제대로 공부하며 더 마음에 와닿는다.

 

 

 

정근원(영상학 박사, 대중과 함께 공부하는 사람) youngmirae@b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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