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재 칼럼 빌라왕 전세사기사건과 주택관련제도의 개혁
한 달이 넘도록 빌라왕 전세 사기사건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이 사건은 소위 ‘깡통전세’로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일어난 문제로, 어떻게 보면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단순 부채 관계로 끝날 사안이다. 하지만 이번 빌라왕 전세사기사건은 집을 장만할 여유가 없는 서민이나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건설업자와 공인중개사 그리고 명의대여인 등이 개입된 체계적인 기획사기사건으로 전문 사기집단이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점에서 다른 깡통전세 사기사건과 다르다고 하겠다.
지난해 7월경부터 경찰청은 ‘전세사기 전담 수사본부’를 설치하여 지난 연말까지 총 391건에 1,261명을 검거하고, 804명을 기소, 78명을 구속하였다. 이에 연루된 깡통주택은 15,000건이 넘으며, 경기남부청에서 조사 중인 것만 해도 3,100여건에 이른다. 한편 서울경찰청의 경우 빌라왕으로 알려진 죽은 김 모 씨는 서울 강서구 일대 빌라 1,100여 채를 무자본 갭투자형식으로 매입하여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사건으로 경기도 일원에 7,000세대 이상의 전세사기를 저질러 수천 억원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수백억 원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들의 내용은 첫째, 건물취득가보다 높은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고, 둘째, 등기부상 거래가액을 부풀려 실거래가보다 높은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한 후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셋째, 재산세, 종부세 미납으로 전세주택이 압류됨으로 임차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들 사기사건의 공통점은 바지사장의 죽음으로 전세금 반환 요구 대상이 없어져 버려 주택을 공매 처분하더라도 등기부상의 임대인이 지고 있는 재산세와 종부세 등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공제하고 나면, 임차인들이 실제 받을 수 있는 전세금은 이미 턱없이 부족하게 되어 그들이 입은 손해를 보상받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시점이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2-4년 후가 되어 사기집단들이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난 뒤가 되어 사건의 전모를 소상하게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번 빌라왕 전세사기사건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임대차 3법으로 인한 전세가격의 폭등과 임대사업자제도의 폐지로 임대인에 대한 세제 등 각종 혜택을 배제하였으며, 기준지가를 상승시켜 재산세와 종부세를 급격하게 올린 것이라 하겠다. 이 시기와 함께 3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침체와 미국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이자율이 상승되면서 집값이 폭락하고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높아진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경제적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예전과 같은 전세의 실효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월세로 대체되고 있다.
전세는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주택임대제도이다. 전세 제도는 지난 50여 년 동안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해오면서 우리나라의 주택공급 확대에 커다란 역할을 해 왔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매우 유효한 방법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 주택의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전세가격도 올라가는 기현상이 초래되면서 더 이상 전세를 통한 내 집 마련의 기회도 줄어들게 되었다. 지난해 말 서울의 아파트 월세비중이 40%를 넘어섰고, 일반주택도 월세가 60%로 높아졌으며, 임대주택시장 거래 건수 중 월세가 59.6%를 차지하면서 주택임대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새 정부는 지난해 6.21 부동산대책에서 전월세의 인상률을 5% 이내로 할 경우 양도세와 실거주요건을 면제해준다는 상생임대인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임대차보호법이 그대로 살아있고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제도나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주택문제는 이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완벽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풀기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럴수록 해법은 쉽고 단순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처럼 주택관련 규제가 복잡하고 세금 구조가 난해한 나라가 없다. 더구나 지난해 발표된 부동산 세금 순위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거래세까지도 높아 주택시장이 거의 고사 직전에까지 와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2000만 채에 달하는 주택을 정부의 입김으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10억짜리 집을 팔아 8억짜리 집 밖에 살 수 없는 현행 제도로는 정상적인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던 어떤 정책이나 규제도 주택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이번 전세사기사건도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제도의 단순화와 규제철폐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해결이 가능하다. 담당 공무원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제도와 난해한 규제로 무슨 개혁을 하고 혁신을 한다는 말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문제는 이 지구상의 어떤 나라도 완벽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풀기 어려운 난제이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제도의 단순화와 규제철폐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해결이 가 능하다.
모든 것을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 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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