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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두 칼럼] 풀어쓰는 효이야기(1) : ‘부모 모실 의무 21%’에서 얻는 교훈

이국영 기자 | 기사입력 2023/12/27 [15:34]

[김종두 칼럼] 풀어쓰는 효이야기(1) : ‘부모 모실 의무 21%’에서 얻는 교훈

이국영 기자 | 입력 : 2023/12/27 [15:34]

 [김종두 칼럼] 풀어쓰는 효이야기(1) : ‘부모 모실 의무 21%’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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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이 조사는 2006년 시작된 전국 단위 대규모 복지 관련 설문조사로, 작년엔 7,865가구를 대상으로 6개월(3~8월)간 설문조사 결과 “나이 든 부모 부양책임은 자식에게 있다.”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가 21.39%로, 국민 5명 중 1명꼴이었다. 반면 이에 반대의견은 무려 49.14%로, 찬성의 두 배를 넘었다. 이 수치는 15년 전과 비교할 때 1/2로 줄어든 수치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효총 사무총장,전 국방대/경민대/성산효대학원 교수)  

이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부정적인 한 단면이다. 부양해야 할 가족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지만, 관망해서만 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실로 심각하다. 아이들 숫자가 줄다 보니 산부인과 의원이 없는 중소도시가 많아지고, 대학 신입생 지원율이 입학정원을 밑돌아 신입생을 외국에서 데려오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요즘 와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입학생 미달로 문을 닫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들로서는 아이들 전학문제로 또 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근본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오는 것이지만, 이는 결국 젊은 부부들이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되는 악순환의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부모부양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대부분 핵가족제도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세대들이라 그들이 결혼 후 부모부양과 자녀 기르기를 동시에 해내기는 버거울 수밖에 없는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인륜질서의 근본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해 어떤 대책이든 세워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바뀐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이던 60년대만 해도 학급 당 70명이 콩나물 교실에서 공부했고, 그것도 모자라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2부제 수업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산아제한 정책이 추진됐고,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수술을 받는 인원에 대해서는 훈련을 면제시켜주기도 했다. 이런 정책들의 결과로 자녀수가 급격히 적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자식에 대한 사랑은 깊어졌지만,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쟁과 물질적 사랑으로 채우는 부모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비뚤어진 가족관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주신 부모님 모시기를 외면하는 분위기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동안 외면되어 온 효교육의 결핍과도 무관치 않다고 본다. 효교육은 가정에서 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통합적으로 병행되어야 할 영역이다. 특히 요즈음은 가정보다 교육 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관계로 더욱 그렇다. 맞벌이하는 부모 밑에서 2~3세만 되면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에서 교육받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찍이 맹자는 ‘역자교지(易子敎之)’라 하여 “자식은 서로 바꾸어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도 가정의 효과적인 효교육이 어려워졌으니 학교에서 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초중고교 시절에 있었던 어버이날 행사를 잊을 수 없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로 시작되는 ‘어머니 마음’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선생님께 받은 효교육의 자연스러운 영향이었다.

즉 효교육은 들려주는 교육보다 보여줌을 통해 저절로 깨우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나를 낳아 길러 주셨는지, 부모님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효는 어떻게 행하는 것인지 등을 알려주는 것이 교육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교육에는 알려주고(知), 느끼게 하고(情), 다짐하게 하고(意), 실천하게(行)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내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의 과정을 안다면 부모 모시기를 기피하는 자식들의 숫자는 당연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행복은 가족의 존재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때 느끼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사랑스런 눈빛과 자식이 부모를 바라보는 사랑의 눈빛이 서로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다. 자기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외면받는 부모가 많아지고, 가엽게 늙어가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세상은 결코 희망적인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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