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은 왜 종묘에만 갈까 (어제와 오늘)
고령 한국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거울로 평가 아고라·포럼처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2011 종묘공원
2011년 2월 3일 오후 3시쯤. 서울 훈정동 종묘공원. 싸늘한 날씨, 정초인데도 노인들이 월남 이상재 동상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없어 견딜 만 했다. 바둑 장기를 두는 노인, 참새에게 먹이를 주는 노인, 특정 정당을 거명하며 열변을 토하는 노인과 열심히 경청하는 노인들, 대부분 남자 노인들이다. 간혹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 큰 손가방을 든 장·노년 여인들이 눈에 띄일 뿐이다. 김 모(75·강북구 도봉동) 노인은 “1주일에 4번 이상 나온다. 만나면 노인들끼리 반가워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곳에 오면 바람도 쐬고, 시사 정보가 매우 빠르다”라면서 메리트가 있다고 했다. 경로당에는 왜 가지 않느냐 묻자 “활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가는 것으로 안다, 이래라저래라 하기 때문에 간섭받기 싫다”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점심은 “탑골공원 옆에 1,000원이면은 해결한다”라고 하면서 묻지도 않는데도 “이발 값도 3,500원으로 동네보다 잘 깎는다”라고 자세하게 덧붙인다. 또한 모이는 노인들 중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용인시, 의정부시, 수도권 멀리서도 온다고 밝힌다.
공원 관리소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지면 방문자가 조금 줄긴 해도 여전히 평일 3,000여 명, 주말 5,000여 명이 찾는다”라고 전했다. 공원에서 노인은 60~90대로 넓게 분포하지만 70대 초반이 가장 많다. 아내를 대동하는 노인은 드물다.
노인들은 연배가 비슷한 친구들 찾아 종묘 공원으로 온다. “우리 집 근처에도 공원이 있긴 한데 평일엔 한산하고 주말에는 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잘 갈 맛이 안 나. 아무도 없으면 쓸쓸하고, 젊은 사람만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거든.” 경기도 일산에서 왔다는 박 모(73)씨는 “그러니까 다들 종묘로 몰려오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노숙자 취급은 잘못된 시각 전문가들은 종묘 공헌이 고령 한국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거울이라고 진단한다. “종묘 노인들은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웃어른과 자녀에게 헌신하느라 자기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세대”라고 했다. “이들에겐 외롭고 돈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돌보려면 정부 대책과 함께 젊은 세대의 관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일그러진 노인 ‘성 해방구’ 종묘공원으로 표현한다. 국회 친박연대 정학균 의원은 10월 8일 실시된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노인의 성병 심각성을 강조하고, “검진과 치료를 치료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한 관계자는 “도심 속에 위치한 종묘 및 탑골공원은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자 소통의 장소”라며 “오히려 이 공간을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로마의 포럼처럼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종묘공원 모습
2024년 종묘공원
2024년 2월 3일 탑골공원에 갔다. 실버타임즈 기자로 탑골공원이 단골인 것 같으나 남산 밑에 살면서 남산 케이블카 한번 못 타본 듯이 1년 전부터 많이 달라졌다. 공원 장기 바둑판이며 공원 내에도 장기 바둑으로 시끌버쩍 했는데, 사방을 둘러 발품을 파니 낙원상가 계단 밑으로 모여 5~60명이 장기를 둔다. 대개 70대 어른들이다. 장기는 훈수하는 맛도 짭짤하다. 오죽하면 빰맞아 가며 훈수를 둔다 할까. 역시 그랬다. 두 사람이 두는데 서너 명이 달라붙어 훈수를 하는데 성질 급한 훈수꾼은 직접 장기알을 갖다 놓는다. 결국 장기판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그래도 좋다. 웃으며 성내며 하는 시간에 세월은 간다.
10여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종묘공원 앞을 정원을 조성하여 노인들이 모이는 공간을 정비, 5,000여 명이 다녀가던 공간을 6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축소하였다. 이곳은 노인이 모이는 노인정과 같은 장소다. 정치적인 시각으로 없애려는 것이 타당치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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