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효교육을 ‘윤리교육’, ‘인성교육’, ‘전인교육’에 속하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효교육(孝敎育)은 효와 교육의 합성어인 관계로 ‘효’와 ‘교육’이 갖는 자설(字說)적 의미를 이해하면 효교육의 의미와 성격을 알아낼 수 있다. 효와 교육의 관계를 잘 나타내 주는 문장이 “효는 덕의 근본이요, 모든 가르침이 그로 말미암아 생겨난다(孝德之本也 敎之所由生也).”는 『효경』의 내용이다. 여기서 ‘덕’은 ‘너그럽게 베푸는 어진 마음’이므로, 덕의 근본인 효는 ‘위’보다 ‘아래’쪽을 지향하는 덕목으로 봐야 한다.
이는 글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효(孝)는 ‘생각할 고(考)’와 ‘자식 자(子)’의 합자이니 ‘부모와 자식은 서로 생각하는 관계〔설문해자 해석과는 다름〕’이고, ‘늙을 로(老)’자와 ‘자식 자(子)’의 합자로 보면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돕는 관계’라는 뜻으로, 그 안에는 사랑과 정성이라는 상호작용이 담겨 있다. 또한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敎)’자와 ‘기를 육(育)’자의 합자이니 ‘가르쳐서 기른다’는 뜻이다.
그리고 ‘교(敎)’자는 ‘인도할 교(𡥉)’자와 ‘회초리로 칠 복(攵)’자의 합자[𡥉+攵]이므로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고, ‘육(育)’자는 ‘아이돌아 나올 돌(돌)’자와 ‘몸 육(月)’자의 합자[돌 +月]이므로 ‘어머니의 뱃속에서 아이가 돌아 나오는 출산 과정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부모 마음’을 나타낸다. 이처럼 “교육은 산파술(産婆術)이다.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아이를 낳는 산모(産母)와 아이를 받아주는 산파(産婆)가 서로 호흡이 맞아야 아기가 온전히 세상에 나올 수 있듯이,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호흡이 맞아야만 교육 역시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효교육’은 부모와 자식이 나누는 사랑과 정성의 상호작용을 시작으로 이웃과 사회, 국가와 자연으로 확대되어지는 ‘동심원(同心圓) 원리가 적용되는 교육’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여타 경전에도 나와 있다. 『성경』에 (효는) 부모를 기쁘게 하고[잠언23:25],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다[에베소서6:4].”라고 했고, 불교의 『육방예경』에는 “부모는 자식을 다섯 가지로 돌보아야 하고, 자식은 부모를 다섯 가지로 섬겨야 한다.”고 했으며, 『논어』 「위정편」에는 “(효는) 부모는 오직 자식이 병날까 걱정하는 것(父母唯其疾之憂)이고, 자식은 부모의 뜻을 어기지 않는 것이다(無違)”라는 내용이다.
또한 『예기』 「예운편」에도 “사람이 해야 할 도리는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은 어질고 동생은 공경하며, 남편은 바르고 아내는 유순하며, 어른은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린이는 순종하며, 군주는 신민을 인애하고 신민은 군주에게 충성하는 것, 이 열 가지를 인의라 한다(人義 父慈子孝 兄良弟弟 夫義婦聽 長惠幼順 君仁臣忠 十者謂之人義).”고 했고,
『맹자』 「양혜왕 상」에는 “내 집안의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남의 집 노인에게까지 미치게 하고, 내 집안의 어린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의 집 어린아이에게까지 미치게 하면 천하를 손바닥 위에서 움직이게 할 수 있다(老吾老 以及人之老 幼吾幼 以及人之幼 天下可運於掌).”고 이르고 있다.
이렇듯 ‘효교육’은 상호성을 바탕으로 사랑과 정성을 다하도록 가르치는 과정(process)이다. 그래서 효교육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효’와 ‘효도’의 의미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과 정성’이라는 일방향성 의미인 ‘효도’와 쌍방향성 의미인 ‘효’는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대학교수 출신의 국회의원이 “인성교육 8대덕목에서 효는 배제해야 한다.”고 법률개정안을 냈던 이유는 ‘효교육’을 ‘효도교육’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효는 ‘효도(Filial piety)’보다는 ‘효(HYO, Harmony of Young & Old, 또는 Harmony of Your & Our 의 약자)’로 해석해야 한다. 즉 하모니를 추구하는 과정(process)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효’를 ‘가족사랑’, ‘가정윤리’, ‘세대공감’ 등의 의미로 이해는 하면서도, ‘효도’와는 의미상으로 구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국어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데, 왜 다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효에 대한 의미는 국어사전보다는 경전에서 찾아야 한다.
가정(家庭)은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2대(代) 가정’ 뿐 아니라 조부모와 부모, 손자녀가 함께 사는 ‘3대 가정’이 있고, 그 이상의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가정도 있다. ‘3대 가정’을 예로 할 때, 손자녀의 효는 ‘올리효도’로 일방향성에 해당하지만, 부모의 효는 ‘내리사랑’과 ‘올리효도’로 양방향성이고, 조부모의 효는 ‘내리사랑’의 효와 함께 조상님에 대한 ‘올리효도’를 실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효교육’은 상호성을 기초로 하모니를 추구하는 교육으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갖추게 하는 교육”이라는 의미로 보면 ‘윤리교육’이고, “도덕성을 기르고 정서를 순화시킴으로써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건전한 인격을 갖추게 하는 교육”으로 보면 ‘도덕교육’이며, “사람 마음의 바탕이나 됨됨이 등의 성품을 함양시키기 위한 교육”으로 보면 ‘인성교육’에 해당 된다. 결국 “윤리와 도덕, 인성 등 모든 교육의 실마리는 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수 있듯이, 효교육은 인륜질서의 근본을 다루는 교육이다. 이런 점에서 ‘효교육’ 그 자체를 이해하고, 또한 여기에 그 가치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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