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전환에 따른미래전망과 국회의 역활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은 현대 사회에서 각각 독립적인 경제사회적 변화의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 두 전환이 상호작용하는 ‘트윈전환(twin transition)’은 미래의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러한 복합전환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기술발전과 녹색 경제로의 전환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기존 경제·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등에서 심대한 도전과제를 제기할 잠재성을 지닌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윈전환’은 단순한 기술적 변화나 환경적 목표를 넘어서, 국가 경제 전반과 사회적 구조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비한 전략적 정책 수립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기술을 통해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을 가능하게 하고, 특히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반면, 그린 전환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화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구축을 목표로 한다. 복합전환(혹은, 트윈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두 전환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밀접하게 연계되어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인 AI와 고성능 컴퓨팅,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등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그린 전환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두 전환이 상호 보완적이면서도 충돌하는 영역이 존재하는 것이 복합전환의 핵심 도전과제다.
최근 네덜란드 연구자 알렉스 드브리스(Alex de Vries)는 2027년까지 AI 기술이 매년 약 10억 kWh(134 TWh)의 전력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절반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로, AI 서버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대형 원자력 발전소 20기 이상이 생산하는 전력에 해당할 만큼 막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며,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이 추가적인 전력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소비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시사하며,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효율화가 필수적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의 상호작용은 AI 기술발전과 에너지 소비 패턴의 변화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파급 경로를 형성할 수 있다. 복합전환은 기술적 혁신과 환경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며, 산업 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재편, 그리고 가계 소득의 변화 등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트윈전환이 진행됨에 따라 산업 전반에 걸친 상이한 파급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 상호작용하면서 산업군별로 미치는 영향은 산업의 특성, 기술도입 수준, 에너지 사용 패턴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기술 집약적 산업군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첨단 제조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AI, 빅데이터, IoT 등의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혁신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산업군은 복합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린 전환과의 상호작용은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기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이는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상충될 수 있다. 즉,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관리와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기술 집약적 산업군이 트윈전환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통합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AI 기반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과 스마트 그리드 같은 차세대 기술도입을 확대해 에너지 사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재생에너지와 결합함으로써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기술혁신과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충족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에 반해 에너지 집약적 산업군의 경우, 복합전환이 진행되면 더 큰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철강, 화학, 시멘트와 같은 전통적 제조업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력 비용 증가와 탄소 배출 감축 규제라는 두 가지 압박을 동시에 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산업군은 기존의 탄소 집약적인 에너지원 사용을 줄여야 하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수익성 저하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산업들은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므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에너지 집약적 산업군은 디지털 전환 기반 기술을 도입해 생산공정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으며, 이는 재정적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처럼 트윈전환의 영향은 산업별 특성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맞춤형 전략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이 상호작용하면서 각 산업군이 처한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여건에 따라 기회와 도전과제가 다르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특성에 맞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며, 규제 프레임워크, 기술혁신 지원, 인프라 투자 지원 등을 산업별로 차별화된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와 같은 맞춤형 전략은 복합전환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각 산업이 직면하는 도전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트윈전환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과업의 특성에 따라 다차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복합적인 전환이 진행되면서 ‘정형(routine)-비정형(non-routine)’과 ‘녹색(green)-비녹색(non-green)’ 과업 결합 유형에 따라 고용과 임금구조, 그리고 노동시장의 재편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정형화된 과업은 주로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업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디지털 전환의 자동화와 AI 기술발전에 의해 대체될 위험이 높다. 정형화된 녹색 과업의 경우, 그린 전환에 따른 재생에너지의 확산으로 초기에는 고용 수요가 증가할 수 있지만, 자동화 기술의 빠른 도입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고용 불안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 설치나 풍력 발전기 유지보수와 같은 업무는 초기에 고용 기회를 제공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직무가 점차 기술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정형화된 비 녹색 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복합전환의 진행 속에서 가장 큰 고용 불안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주로 반복적이고 체계화된 업무를 수행하며, 전통적인 탄소 집약적 산업이나 제조업 부문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생산 조립라인 작업, 기계 운전, 단순 공정 관리 등의 직무는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자동화와 AI 기술의 도입으로 대체될 위험이 매우 크다. 특히, 이러한 비 녹색(탄소 집약적) 산업에 속한 직무들은 탄소 배출 감축 규제와 저탄소화로 인한 생산성 압박을 받으며, 고용 기회가 지속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비정형화된 녹색 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트윈전환의 진행 속에서 고용안정성과 임금 상승의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형화된 과업은 창의적이며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직무가 많으며, 이러한 과업들은 자동화나 AI 기술에 의해 대체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특히, 녹색 과업에 해당하는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친환경 기술혁신, 차세대 저탄소 에너지시스템 설계 등은 복합전환의 진행에 따라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기술적 해결책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러한 노동자들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리며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비정형화된 비 녹색 과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또한 복합전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과업은 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고숙련 직무로, AI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같은 직종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그린 전환과 연관된 직무는 아니지만,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인해 고용안정성과 임금 상승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비정형적 과업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이러한 분야의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린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강화됨에 따라, 비정형화된 비 녹색 과업에서도 환경적 책임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트윈전환은 노동시장 내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정형화된 과업에 종사하는 저숙련 노동자들은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고용 불안정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 특히 탄소집약적 산업에 속한 정형화된 과업 중심 직무들은 탄소배출 규제와 같은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고용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반면, 비정형화된 고숙련 직무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에 따른 고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임금 상승과 고용 안정성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이중적 고용 구조는 노동시장에서 고숙련 노동자와 저숙련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와 고용 안정성 차이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녹색 과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비정형화된 녹색 과업에 종사하는 고숙련 노동자들은 임금 프리미엄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반면 복합전환에서 소외되는 계층의 경제적 불안정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그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복합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대안 탐색과 실행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업스킬링(up-skilling)과 리스킬링(re-skilling) 프로그램 확충을 통해 노동자들이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감소하는 정형화된 과업에서 비정형화된 과업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고용 기회 확대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린 과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여, 재생에너지와 친환경·저탄소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고, 저숙련 노동자들이 녹색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교육 및 훈련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직업훈련 및 학습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업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디지털 기술과 그린 기술 부문에 있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이뤄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여 복합전환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직무 전환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와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고, 새로운 직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미래 경제사회에서 ‘트윈전환’은 주요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국회는 단편적인 정책 대응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의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복합전환은 단순한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 환경적 지속가능성, 노동시장 재편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도전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국회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회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의 상호작용이 산업별로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따라 산업별 맞춤형 지원 정책과 관련 제도 재설계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혁신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복합전환의 기회를 극대화하면서도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법·제도·규제 정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비용 상승과 산업 구조 재편으로 인한 노동시장 양극화 및 가계 소득 불평등에 대응한 포괄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회는 복합전환의 도전과제를 기회 요소로 전환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 경제사회의 주도적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가야 할것이다.
사진: 여영준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